AD
Starnews Logo

'한일전 의미' 누구보다 잘 아는 홍명보, 굴욕 패배에도 사과는 뒷전이었다 [용인 현장]

'한일전 의미' 누구보다 잘 아는 홍명보, 굴욕 패배에도 사과는 뒷전이었다 [용인 현장]

발행 :
용인=김명석 기자
홍명보 감독 S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홍명보 감독 S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주며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주며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선수들은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습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홍명보(56)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들부터 감쌌다.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0-1 패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홍명보호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일본에 져 우승에 실패했다. 역대 최초의 한일전 3연패라는 굴욕적인 역사까지 새긴 경기. 홍 감독은 그러나 "결과도 아쉽고 실점 장면도 아쉽지만, 그 외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라이벌전 패배, 굴욕적인 3연패 기록, 국내 팬들 앞에서 실패한 우승 등 쓰라린 결과들에 대한 사과나 반성부터 언급하진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시합 전에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번 경기는 스리백(백3)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장단점이 나왔고, 그런 점은 보완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충분히 잘했다"고 말했다.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자회견에 참석하자마자 모두발언으로 경기를 총평하면서 밝힌 내용들이다


이후에도 홍 감독은 취재진 질문에 대체적으로 경기력에 대한 '자찬'을 늘어놨다. 일본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일본 기자의 질문엔 "양 팀을 놓고 봤을 땐 우리 선수들이 더 잘했다고 본다"는 평가까지 했다. "일본은 가진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볼 점유율이나 슈팅 수, 모든 수치에서 앞섰다. 득점 장면 외엔 우리 수비수들을 전혀 괴롭히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패장'의 자평이었다.


홍명보 감독 S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홍명보 감독 S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을 준비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만족감과, 실제 이날 한국의 경기력엔 분명한 차이가 컸다. 전반 8분 만에 이른 실점을 허용하면서 경기 플랜이 꼬인 걸 감안하더라도, 이후 경기 내내 한국은 일본의 전방 압박에 그야말로 쩔쩔맸다.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도 좀처럼 슈팅 기회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후반 막판 골키퍼 선방에 막힌 이호재(포항 스틸러스)의 문전 슈팅이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슈팅이기도 했다. 홍 감독이 강조한 볼 점유율(58%-42%)이나 슈팅 수(9-4) 우위조차, 선제 득점 이후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무게를 둔 일본의 전술 변화 영향이 오히려 더 컸다.


무엇보다 결과가 다름 아닌 '한일전 패배'였다. 유럽파가 빠진 전력이고, 그래서 관심도가 떨어진 대회라 하더라도 엄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뛴 숙명의 라이벌전이자, 우승 타이틀이 걸린 공식대회이기도 했다. 홍명보호의 궁극적인 목표가 내년 월드컵이고, 이 과정에서 선수 점검이나 새 전술의 실험 등에 의미가 있다고 한들 '라이벌' 일본을 넘지 못한 채 새긴 굴욕적인 기록 앞에 보인 당당함은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축구의 레전드로서 한일전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홍 감독이기에 아쉬움의 크기는 더 컸다. 실제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 '앞으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다짐할 만큼 일본에 지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이 발언 이후 홍명보 감독이 출전한 한일전 성적은 4승 1무였다. 지도자로서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의 공중볼 경합 영상을 분석하다 "저럴 때는 그냥 부숴버려"라고 선수단에 지시했던 일화가 알려졌을 때 팬들의 호응이 컸던 것 역시 한일전이 갖는 의미와 맞물려 있었다.


그런데 정작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직접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치른 이번 한일전 패배 뒤엔, 한일전 의미를 애써 덮는 데 급급한 모양새가 됐다. 그가 이날 그나마 아쉬운 감정을 밝힌 건,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말미 "결과를 내지 못한 건 아쉽고,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게 전부였다. 한일전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사령탑으로서 사과나 반성부터 앞섰어야 했지만, 오히려 기자회견 내내 패장의 당당함만 남았다.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 정확히는 홍명보호를 향한 팬들의 불신만 더 키운 셈이 됐다.


일본 저메인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 전반 초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일본 저메인이 15일 용인미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 전반 초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2025.07.15.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주요 기사

스포츠-축구의 인기 급상승 뉴스

스포츠-축구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