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슬링 레전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일본 열도가 슬픔에 빠졌다. 은퇴 번복 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오바라 히토미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일본 '더 재팬 타임스' 등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2012 런던올림픽 레슬링 48kg급 금메달리스트 오바라는 향년 44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유족 측의 요청으로 오바라의 사망 원인과 세부 사항은 비공개됐다.
슬하에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오바라의 사망 소식에 가즈히토 사카에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받아들이기 힘든 소식이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며 "그는 레슬링 신동이었다. 책임감도 강하고 성실한 선수였다. 레슬링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오바라의 선수 생활은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1999년과 2000년 51kg급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히토미는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2005년까지 대회에 불참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인 2006년 일본선수권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요시다 사오리와 결승전 맞대결서 패배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요미우리 신문' 등에 따르면 당시 오바라는 연습실 구석에서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앉아 몇 시간 동안 흐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는 8위에 그친 뒤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0년 레슬링계에 복귀한 오바라는 48kg급에 도전, 31세의 나이에 런던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 대회에서 오바라는 생애 첫 금메달을 따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오바라는 지도자로 변신해 일본 레슬링 유망주들을 육성했다. 2022년에는 세계 레슬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심지어 올해 초 오바라는 일본 여자 레슬링 국가대표팀 코치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1월 오바라는 자신의 모교에 방문해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등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 역할을 이어왔다.
현역 시절 오바라의 최고 라이벌로 통했던 요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바라 선배의 런던올림픽 금메달은 내게 엄청난 용기가 됐다. 그 대회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오바라가 우승하는 걸 보고 나도 런던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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