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FA 해도 돈 많이 못 받습니다."
강민호(40·삼성 라이온즈)가 항간에 떠도는 낭설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해명에 나섰다. 그리고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밑그림도 공개했다.
강민호는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0-2로 끌려가던 1회말부터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날린 강민호는 선두 타자로 나선 4회엔 투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지만 주자가 쌓여 있을 땐 여지 없이 힘을 과시했다. 5회1사 1,2루에선 다시 1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팀이 4-4로 맞선 6회말엔 2사 만루에서 노경은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려 팀의 7-5 승리를 안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화이트가 워낙 구위가 좋아서 2스트라이크가 되면 진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쳤는데 그게 다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6회엔) 디아즈가 앞에서 해결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는데 아웃되면서 어떻게든 찬스를 살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여기서 살려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절박했던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불혹의 나이지만 강민호가 팀 승리를 이끄는 건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이슈가 됐던 에이전트 교체에 대한 답변이 더 시선을 사로잡았다.
3번의 FA 계약 기간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강민호는 공교롭게도 최근 에이전트를 교체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4번의 FA 계약 사례는 없었다. 강민호는 FA 계약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는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었고 일각에선 강민호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가기 위해서 혹은 마지막이 될 FA 계약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강민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말씀드릴 게 있다. 제가 FA를 하겠다고 에이전트를 교체한 게 아니다. 에이전트와 계약이 끝났고 언젠가 선수 생활이 끝나면 미국에서 연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크다. 그래서 다음에 에이전트를 구할 때는 나의 훗날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많이 알아봤다"며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대화를 했을 때 '내가 미국을 가더라도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고 판단해 계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FA해도 돈 많이 못 받는다. 저도 알고 있고, 돈을 더 받자라고 저는 에이전트를 교체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지도자 생활에 대한 욕심이 크다. "지도자의 꿈이 굉장히 크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같이 땀 흘리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물론 강민호 특유의 유쾌함은 여전했다. 그는 "(FA를) 안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FA는 할 것이지만 그걸 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에이전트를 교체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당장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강민호는 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수다. 도전해야 할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조금씩 미래는 그려보고 있다. "(선수 생활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다"며 해설위원 변신에 대한 질문에 "각종 스포츠 PD님들의 명함은 다 받아놨다(웃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지도자의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강하다"고 못을 박았다.
눈앞의 시즌을 잘 치르고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다. 이날 맞대결을 벌인 노경은(41·SSG)을 비롯해 최형우(42·KIA 타이거즈) 등 선배들이 본보기가 되고 있다. 강민호는 "(최)형우 형이나 (노)경은이 형이나 베테랑으로서 버텨주는 모습이 후배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그 형들이 가는 길을 제가 잘 따라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형들을 제쳐서 뭘 하겠다라기보다 형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잘 저도 잘 따라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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