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점만 잡히면 치기 쉬운 공이 아니다."
5연패에 빠진 팀.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기 위해선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은 부담을 내려놓길 바랐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김건우(23)가 또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김건우는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49구를 던져 2피안타 4볼넷 2탈사진 2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2021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마지막 1차 지명자로 계약금 2억원을 받고 큰 기대 속에 입단한 김건우는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올 시즌 준비 과정부터 이숭용 감독의 큰 기대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선 2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ERA) 1.29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SSG의 어린 좌투수. 김광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손꼽힌 좌투수가 부족한 팀에서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5월말부터 선발로 변신했다. 수치로만 보면 선발이 잘 맞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전까지 8경기에서 25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무패 ERA 3.16을 기록했다. 4,5선발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치다.
문제는 이닝소화력에 있다. 경기당 평균 3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불펜에도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발하는 볼넷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무려 8.06개로 압도적이다.

이숭용 감독도 이런 부분에 주목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부담 없이 던졌으면 좋겠다..연패를 하다보니까 어린 친구들이 더 잘 던지려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편안하게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점만 잡히면 치기 쉬운 볼이 아니다. 마운드에서 편안하게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것 같다"며 "스피드도 있고 좋은 투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고 정해서 들어가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1회말 선두 타자 박승규를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불안하게 시작했으나 김성윤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긴 리드폭을 가져간 박승규를 견제로 잡아내며 주자를 지웠고 날카롱누 슬라이더로 구자욱을 얼어붙게 만드는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마쳤다.
2회가 문제였다. 르윈 디아즈와 강민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으나 하위 타순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지 못했다.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가 됐고 전병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다. 양도근과 승부에서도 3구 연속 볼을 던진 뒤 4,5구를 존에 넣으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으나 6구 직구가 존에서 빠져 밀어내기로만 2점을 내줬다.
연속 밀어내기 실점을 하자 이숭용 감독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박승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냈지만 이숭용 감독은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았다. 곧바로 박시후를 투입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투구를 펼치지 못하는 김건우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교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박시후가 김성윤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김건우의 실점은 불어나지 않았다.
27⅓이닝 동안 27볼넷, 몸에 맞는 공 2개, 사사구가 이닝수를 추월했다. 많은 사사구로 인해 9차례 선발 등판 중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게 단 한 번에 그치고 있다.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것. 자기 공만 뿌리면 좀처럼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투수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맞으면서 배우겠다는 자세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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