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29)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극약 처방'으로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첫 등판에 나섰는데도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말았다. 한화의 이번 시즌 유일한 고민이 더 깊어지고 말았다.
한화는 23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서 2-13으로 대패했다. 1회에만 홈런 3방으로 4실점했고 4회에도 6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 패배로 한화는 11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2위 LG 트윈스와 격차도 5.5경기에서 4.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이날 승부는 5회 이전부터 사실상 결정됐다. 한화 선발 황준서가 1이닝 4피안타(3홈런) 4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1회에만 3홈런을 헌납했다. 한화 벤치는 2회말 시작부터 엄상백을 마운드에 올리며 실점을 최소화하길 바랐다.
엄상백을 이번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에서 4년 총액 78억원 규모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전반기 1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으로 매우 부진했다. 피안타율은 0.314에 달했다. 때문에 한화는 고심 끝에 황준서를 엄상백 자리에 선발로 배치하고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렸다. 길게 던질 수 있는 만큼 선발 투수가 대량 실점할 경우 나서는 롱릴리프 보직을 부여하며 후반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날은 엄상백의 보직 변경 이후 첫 등판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엄상백은 2회 김기연과 김대한,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타순을 삼자범퇴로 잘 잡아냈다. 3회말에도 이유찬, 케이스, 양의지에게 모두 범타를 유도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4회가 문제였다. 엄상백은 선두타자 오명진을 삼진으로 잘 잡아냈지만, 박준순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여기서 양석환에게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 했고 김기연까지 2루타로 내보냈다. 김대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준 엄상백은 김대한의 2루 도루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정수빈에 다시 2루타를 내줬고 이유찬-케이브 연속 타자 홈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엄상백의 실점은 6점으로 불어났다.
이날 엄상백의 최종 기록은 2⅔이닝 7피안타(2홈런) 6실점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6.33에서 6.89로 더 치솟았다. 제구 불안으로 볼넷을 남발한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후반기를 앞두고 김경문(67) 한화 감독은 엄상백에 대해 "선발 투수나 불펜 투수나 매번 잘 던질 수는 없다. 다른 선발 투수가 일찍 점수를 많이 주면 나갈 것 같다. 일단 (엄)상백이의 역할을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지만 첫 구원 등판부터 구상과 다른 성적을 마주하게 됐다. 이번 시즌 엄상백은 2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번째 엔트리 말소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볼지 한화 벤치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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