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좌완 선발 투수 송승기(23)가 승리를 챙긴 뒤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송승기는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LG의 14-1 승리를 이끌고 시즌 11승(5패)째를 챙겼다. 덕분에 LG는 이날 더블헤더 및 KT와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4연승으로 83승 3무 50패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1위를 위한 매직 넘버도 '6'으로 줄였다.
송승기 개인에게는 9월 첫 승이자, 지난 8월 2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개인 첫 한 시즌 10승을 달성한 뒤 27일 만의 승리였다. 자격은 충분했다. 최고 시속 148㎞의 직구(47구)와 커브 16구, 체인지업 13구, 슬라이더 12구를 섞어 총 88구로 6이닝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 커브의 활용이 돋보였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송승기의 커브 구사율은 8.2%에 불과한데, 9월 들어 차츰 10%대로 높이더니 이날은 18.2%로 시즌 최고치를 찍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송승기는 "경기 운영하면서 근력과 악력이 떨어지고 위기에 몰렸을 때, 코치님들께서 커브를 쓰는 가이드를 주신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커브를 더 효율적으로 많이 사용하려고 했고, 카운트를 잡을 때 잘 들어간 것 같다"고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올해 신인왕 후보 안현민(22·KT)과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기도 했다. 1회 안현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송승기는 4회 체인지업으로 땅볼 처리했다. 6회 1사 1루서는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장성우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으나, 황재균을 삼진, 강백호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안현민의 득점까진 허용하지 않았다.

이로써 송승기는 26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3.38, 135⅔이닝 120탈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현민은 104경기 타율 0.321, 20홈런 71타점 66득점 7도루, 출루율 0.437 장타율 0.555 OPS 0.992를 적어냈다.
귀한 신인 10승이지만, 모처럼 우타 거포 유망주의 20홈런에 안현민이 신인왕 레이스에서 조금 더 앞선다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송승기는 "어느 순간 (안현민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았다.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안현민 선수와 대결은 특별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았다. 내 공을 던지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보하면서 LG는 불펜으로 활용할 만한 선발 투수를 가려내고 있다. 송승기도 그중 하나다. 송승기는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 2-3으로 지고 있는 8회초 1사 1, 2루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2실점(0자책)을 기록했다.
송승기는 "지난 경기는 2023년 이후 오랜만에 불펜으로 등판했다. 팀이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발로 올라갈 때와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선발로는 대담하게 던져왔는데 불펜은 다른 느낌이었다"며 "그 경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와 달리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오히려 그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송승기는 전반기 17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3.39, 후반기 9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38로, 선발승에는 운도 따라야 한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는 전반기 8승을 올린 뒤, 이후 12경기에서 고작 3승을 추가한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송승기는 "후반기 들어서 간만에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다. 후반기 동안 팬분들을 많이 기다리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했는데, 오늘 좋은 경기력으로 보내주시는 큰 응원에 보답할 수 있었다. 오늘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큰 응원으로 힘을 불어넣어 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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