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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 "바보같은사랑, 이젠 이해해요"

발행: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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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우', '바람난 가족',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지난해까지 이천희(26)가 출연한 네 편의 영화다. 작아도 개성있는 역할에만 유독 욕심을 냈기에 영화 속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유난히 긴 다리를 자랑하던 잡지 속 늘씬한 모델이라면 모를까.


그러던 그가 천천히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지난달 개봉한 '태풍태양'에 이어 새로이 방송을 시작한 SBS의 주말극 '온리 유'(극본 황성연·연출 최문석)에서 한채영, 조현재와 함께 당당히 주역을 맡았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처럼 지내온 한 여자 차은재(한채영 분)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요리사 장현성. 은재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도, 아이를 갖고 낳아 키워도 그 곁을 맴돌며 정성을 다하는 남자다.


"이천희가 봤을 땐 답답하지만 장현성이 보기엔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천희는 조금씩 그 지고지순한 사랑법에 적응해가고 있다. "드라마를 찍으며 '지고지순'이란 게 이런 거구나 생각해요. 내가 안된다면 다른 사람과 그렇게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거죠. 처음엔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했는데 이젠 이해가 돼요."


그 바보같은 사랑에 쏠리는 시청자들의 관심에 조금은 으쓱할 법도 한데, 이천희는 모든 공을 동료들과 제작진에게 돌렸다. 다 이유가 있단다. 한번은 감정을 조절 못해 혼자 20번 넘게 NG를 낸 적이 냈다. 진땀 속 한시간 반이 흘렀지만 상대 한채영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호흡을 맞췄고, 스태프는 이 대책없는 신인을 윽박지르는 대신 따뜻이 다독였다. 결국 다음날 촬영에서 이천희는 2번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녹화분이 없어도 촬영장에 계속 나가요. 현장이 좋지, 다른데 있으면 눈만 꿈벅꿈벅 하면서 '내가 뭐하고 있나' 하고 있을 정도에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기 때문이죠. 현재랑 채영이도 무척 힘이 돼요. 이말만은 꼭 전해주세요. 너무 감사해요." 이천희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인터뷰 동안만 스무번 넘게 되뇌었다.



멋들어진 옷을 입고 강남 거리를 누비다 우연히 누군가의 눈에 띄어 데뷔했다는 여느 패션모델의 사연를 기대했건만, 이천희는 무대를 꿈꾸며 대학로로 갔던 배우 지망생 출신. 서울예대 연극과 시절 "연극 할 거니까 모델은 안해요"라며 버티다 우여곡절 끝에 스톰 모델로 데뷔했고, 군대를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모델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연극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극했던 친구들이랑 만나서 술만 먹으면 요즘도 '꼭 극단 하나 만들자'고 그래요. 사실 연극을 무대에 올릴 땐 같이 하던 사람들이 막 미워져요.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하고, 한바탕 싸우고 엎고 하다가 3일이 지나면 슬며시 또 만나 '또 한작품 해야지' 하는 거에요. 잊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이제야 찰나의 순간으로 포착된 이천희 대신 살아 움직이는 이천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20대가 가기 전, 깊은 좌절을 느끼는 암울한 젊음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그. 이천희는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임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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