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련의 여주인공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들이다. 이보영 김희선 성유리…. 이 예쁘장한 얼굴의 미녀배우들이 분장을 벗고 맨얼굴의 '이웃집 여자'가 돼 돌아왔다.
티하나 없이 고운 마음에 예쁜 얼굴,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여린 외모로 '신데렐라 콤플렉스'을 자극했던 이들은 씩씩하고, 너무나 인간적이고, 때로는 망가짐도 불사하며 별로 가진 것 없이도 거칠 것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자신이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남자들에게도 '들이대며' 사랑을 쟁취한다.
또 삶의 비극을 하나씩 안고 있지만 이에 매몰되지 않고 일상사를 영유하는 평범한 모습도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중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야무지고 예쁘고 똑떨어지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이보영의 변신은 진정 새롭다. 22일 첫방송된 KBS2 '미스터굿바이'에서 마라톤 선수 출신으로 에스테틱 마사지사를 하다가 컨시어지(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서비스맨)가 되는 최영인 역을 맡은 이보영은 아예 메이크업을 하나도 안한 얼굴을 용감하게 드러냈다.
전작인 SBS '서동요'의 선화공주까지 똑 떨어지면서도 청순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보영은 실수투성이에 덜렁거리는 최영인 역할에 점점 젖어들고 있다. 초반 분을 참지 못해 입을 뾰로퉁이 내밀고 앞머리를 입김으로 불어대던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으나, 점점 라면국물을 들이키고 툭하면 소주병을 따는 터프걸 연기가 그럴듯해지고 있다. 코를 풀어대는 장면이 그대로 화면을 탈 정도.
자신을 취직시켜준 호텔상무 현서(안재욱 분)에게도 "너 좋아진다. 너도 (전 남자친구와의 삼각관계에) 껴"라며 무대포적인 면도 보인다. 한편으로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재혼한 아픔을 지니고 있고, 그 아버지와 새로 취직된 호텔에서 다시 마주하지만 그 슬픔에 매몰되지 않는 당참을 보여준다.
지난 17일 첫방송된 SBS 수목극 '스마일 어게인'에서 소프트볼선수 오단희 역을 맡은 김희선도 만만치 않다. 역시 어릴 적 가출했던 어머니가 유명한 조향사가 돼 자신이 소속된 소프트볼팀이 있는 회사로 돌아와 재회하지만 그런 상처도 오단희의 '깡따구'에는 무력하다.
이런 매력이 진면목이다 싶을 만큼 '말광량이'역이 제격인 김희선은 자신을 여자라고 깔보고 놀려대는 남학생 엉덩이에 공을 맞추는 것 정도는 기본, 유강(윤세아 분)을 도와준답시고 구두굽으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치는 강단을 보여준다.
사람보기를 우습게 여기는 재벌2세 재명(이진욱 분)에게 선배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도 김희선 만의 당당한 매력이다.
김희선과 동시간대 맞붙게된 성유리. 여성 4인조 그룹 핑클 멤버로 성안에 갖힌 공주 같은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성유리는 1일 첫전파를 탄 MBC 수목극 '어느 멋진날'에서 입양아 출신의 아쿠아리스트 서하늘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가수 이미지를 깨기 위한 무리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SBS '천년지애'의 공주 역을 제외하고는 SBS '나쁜여자들', MBC '막상막하', '황태자의 첫사랑' 등에서 지나치게 터프하고 발랄한 역들이 주어졌다.
그러나 서하늘은 보다 현실적이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외모지만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내뱉는 '내숭녀'다. 사내답게 모험을 즐기는 성격으로 수족관을 관리하는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어린시절 부모처럼 기대던 오빠 건(공유 분)과 떨어져 따로 입양된 집안에서 태원(유하준 분)의 괴롭힘과 집착에 시달리고, 양모에게는 '혜원'이라는 이름으로 살기를 강요당하며 순수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가출한 후에는 자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특히 아쿠아리스트로 일하면서 엉뚱하면서도 털털한 면을 드러내는 등 보다 입체적이고 인간적이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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