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이 넘어서 첫 팬미팅을 가져봤다는 중견연기자 이계인(54)의 눈물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11일 오후 2시 한강유람선에서 데뷔 34년만에 첫 팬미팅을 가진 이계인은 "앞으로 큰 역을 하는데 한계가 있고, 조역으로서 마감하겠지만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 같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몰래카메라면 어떻게 하나 했다", "날씨가 추워서 많이들 안오시면 어떻게 하나 했다"며 끊임없이 자신을 위한 자리를 못미더워하는 그의 모습이 한 켠으로는 놀라웠다. 1972년 MBC 공채탤런트 5기로 데뷔 이래 쭉 한 길만 걸어온 내력깊은 배우가 이토록 사랑과 관심에 굶주렸었나.
이계인은 MBC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 인기 간판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될 조역으로 활약해왔고, 악역으로서도 인상 깊었다. KBS '태조왕건'에서는 애술장군 역으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주몽'에서는 모팔모 역으로 꼬마 시청자들부터 연세드신 분들에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도 많은 잠재 팬층을 지녔지만 그는 그 사랑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나보다.
팬미팅이라고 하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청춘스타에게 10대 위주의 젊은 팬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만 연상된다. 기획사가 중심이된 청소년 위주의 팬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이계인의 팬미팅에는 가족 위주의 참가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모팔모 성대모사를 즐거워하는 어린이 팬들을 대동한 부모들로부터, 50, 60대 팬들, 장애인 팬들도 선상을 가득 채웠다.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은 이 공간에서 두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주몽신화'라는 '주몽' 팬클럽이 마련한 이날 행사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웠다. 극성스러운 패닉 현상도 몰려든 구경꾼에 밀고 밀리는 소란도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계인에게 꼬마 팬이 스스럼없이 나와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줬고, 대여섯살 팬들도 스스럼없이 무대에 올라 이계인의 성대모사를 즐겼다. 스스로 이런 팬 문화를 꾸리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우리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회원비를 받아 운영되는 대형 팬클럽이나 기획사 위주의 팬문화에 길들여져 온 탓이기도 하다.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배우들에게는 방법을 몰라서라도 애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런 작은 모임들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꿈꿔본다. 묵묵히 한길을 걸으며 연기력을 갈고 닦아온 연기자로서는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를 가진 팬들에게는 TV속 인물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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