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극장에 의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넘쳐나면서 의사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집중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의사의 모습과 달리 필연적으로 함께 등장하는 간호사는 상당부분 왜곡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주인공이 의사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MBC '하얀거탑' SBS '외과의사 봉달희'를 비롯해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 '있을 때 잘해' '문희'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의사라는 전문직에 관심이 높다.
물론 멜로와 불륜의 주 소재를 끌어가는 배경으로 병원과 의사가 등장해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할 수 있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간호사는 개념 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간호사 단체의 지적이다.
대한간호협회 한 관계자는 26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엄연히 역할이 구분돼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개념조차 설정돼 있지 않다"며 "이런 영향은 실제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혼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종영한 KBS2 주말연속극 '소문난 칠공주'의 주인공 미칠이(최정원)를 그 예로 들었다. 미칠이는 극중 학업을 포기한 상태였지만 몇 개월간의 노력 끝에 간호사가 되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만약 그런 과정을 거쳤다면 간호조무사가 되는 것이 옳으며 3, 4년제 대학의 정규 과정을 거쳐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간호사와는 구분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작진에게 수차례 보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방을 닦는 등 허드렛 일을 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했는데 이는 전혀 실제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간호사가 병원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뿐 아니라 남의 가정사에 대하 소문을 전달하고 잡담만 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도 잘못이라고 협회는 지적했다.
'나쁜여자 착한여자'에 등장하는 간호사는 서경(성현아)과 건우(이재룡)의 불륜을 같은 병원 의사인 소영(유서진)에게 보고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간호사의 모습은 전혀 없고 남의 가정사에나 관심이 있고 딱히 하는 일 없이 인사만 하는 정도"라며 "실제 간호사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는 비교적 간호사를 왜곡되지 않게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워낙 의사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라 간호사의 역할은 아주 미미하지만 수술장면을 비롯한 일부 장면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며 "'외과의사 봉달희'에 등장하는 임성민씨의 역할은 그 중 가장 잘 묘사된 간호사의 모습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 성격상 간호사가 극의 중심에 서기는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최소한 잘못된 개념설정이나 왜곡된 역할 이행 등은 없어야 할 것이다"며 "상호 협력관계인 의사와 간호사가 주종관계로 그려지는 일은 특히 없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