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그리나는 '마왕'(극본 김지우·연출 박찬홍)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하는 사람 생각나는" 기분이 된다. 밥도 잘 먹히지 않고, 얼굴이 발그레해 진다. 마니아 드라마 '부활'의 멤버들이 다 모였다는 KBS 새 수목드라마에서 박그리나는 엄태웅이 맡은 형사 오수를 짝사랑하는 후배 형사 이민재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그리나'라는 세글자 이름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본명. '그린 듯이 예쁜 아이'라는 고운 뜻이 담겼다. 박그리나는 이번 드라마로 그 이름을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키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품에 푹 빠져 이민재가 되어보겠다는 것이 지금 그녀의 가장 큰 소망이다.
박그리나가 '마왕' 팀에 합류한 것은 촬영을 딱 1주일 앞둔 지난 1월. 형사, 그것도 사격 신동으로 특채된 형사라니, 태릉선수촌에라도 가서 연습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박그리나는 단막극에서 출산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환자 가족이라며 몰래 산부인과 분만실까지 들어갔던 열성파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국 그녀가 간 곳은 집 앞의 오락실. 언니에게 핸드폰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하고는 권총 사격 오락을 하며 자세를 익혔다. 그녀는 "사격 신동 역이라 그런지 내가 봐도 진짜 잘했다. 원래 총 쏘는 오락은 잘한다"고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박찬홍 PD는 민재의 이미지와 딱 맞아 캐스팅했다지만 "몸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박그리나를 보면 준비된 여형사같은 느낌도 든다. 어렸을 적엔 우슈를 잠깐 했고, 특공무술도 배웠다. 승마며 수영도 익혔다. 재즈댄스와 발레까지 도전했다.
여배우들이 뒤쳐지기 마련인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땐 스태프들이 "남자가 뛰는 줄 알았다"며 감탄까지 했다. 그녀가 앞서 달리는 엄태웅을 바짝 쫓아갔더니 엄태웅이 약간 긴장했다는 후문마저 들린다. 오죽하면 진지한 박PD마저 예사롭지 않다며 농을 던졌을까.
"액션 연기를 좋아해요. '에일리언', 'G.I 제인', '툼레이더'처럼 여전사가 나오는 작품을 좋아해요.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액션이라도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막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딱 거기서 잘리지만 재밌어요. 액션도 있지만 수사 과정이 흥미진진하거든요"
지난해 영화 '바보'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연이어 찍고도 둘 모두 개봉이 미뤄져 아무도 일한 줄 몰라줬던 것이 지난해. 비중있는 역으로 출연한 새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 지난해 찍은 두 영화가 속속 개봉을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박그리나는 힘이 난다.
"아직 멀쩡해요!" 매니저가 먼저 쓰러질 만큼 숨쉴 새 없이 돌아가는 촬영 일정에도 아직 멀쩡하다며 활기차게 웃어보이는 그녀. 우정이든 사랑이든 일이든 취미든 끝장을 봐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적극적인 그녀는 일단 '마왕'에 올해의 첫 승부를 걸었다.
이제 첫 방송. 5월쯤 드라마가 마무리를 지을 때면 박그리나라는 생소한 이름이 더욱 익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박그리나는 "미친듯이 빠져들고 싶다"는 말로 다부진 각오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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