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드'(미국드라마) 열풍 한가운데 있는 앤트워스 밀러 주연의 '프리즌 브레이크'의 더빙판이 국내 처음으로 지난 26일 SBS를 통해 첫방송됐다. 시즌1의 1, 2회가 연속 방송됐는데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각각 6.1%와 6.7%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CSI 마이애미 시즌4'의 3.6%를 큰 차로 제쳤다.
역시 관심은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한국 성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국내 팬들에게 '석호필'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스타 자리에 오른 앤트워스 밀러의 스코필드 역은 성우 표영재씨가 맡았다. 그는 이미 국내 더빙판으로 TV를 통해 방송된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레골라스 목소리를 연기한 바 있다. 이밖에 스코필드의 형 링컨 역은 양석정씨, 스코필드를 돕는 여의사 사라 역은 윤성혜씨가 맡았다.
일단 아직 초반인데다 워낙 케이블을 통해 먼저 방송된 원어 프로그램의 친숙도가 높았던 터라 SBS 더빙판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랭한 편. SBS 게시판 등에는 더빙 대신 자막방송을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MBC도 마찬가지. 더빙판 'CSI 마이애미'를 내보내고 있는 MBC 해당 게시판에도 역시 호라시오 케인 반장(데이비드 카루소) 원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글이 많다.
하지만 국내 더빙판 미드가 이처럼 "아쉽다"는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국내 성우 목소리에 너무 길들여져 오히려 원래 외국배우 목소리가 어색한 드라마도 많았다. 이는 물론 지금처럼 미국 외화시리즈를 인터넷이나 케이블 전문채널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없었던 70~90년대 상황 때문. 외화시리즈는 대부분 KBS MBC라는 지상파 방송사가 수입, 더빙을 입혀 방송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게 90년대 열혈 마니아를 낳았던 외화시리즈 'X파일'. 역사적인 시즌 1이 1994년 10월3일 KBS를 통해 첫방송됐던 'X파일'은 그야말로 성우 이규화 서혜정의 독무대였다. 툭하면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외쳤던 FBI 요원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 목소리는 이규화씨, 약간 키가 작아 국내 팬들을 속상하게 했던 동료 스컬리(질리안 앤더슨) 목소리는 서혜정씨가 맡았다. 극장판 '엑스 파일'이 국내 관객에게 특히나 냉랭했던 데에는 이들 성우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맥가이버' 주인공 맥가이버(리처드 딘 앤더슨)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한성씨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가 강풀의 표현을 따르면 '지금도 그 손재주로 인해 순돌 아빠와 더불어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맥가이버를 70년대 '형사 콜롬보'로 더빙판 성우 목소리의 일가를 이뤘던 배한성씨가 맡았던 것. 지금도 케이블 TV에선 '맥가이버'가 원어 방송되고 있지만 역시 배한성씨가 아닌 맥가이버(그의 뒷머리 헤어스타일은 빼고)는 낯설기만 하다.
이밖에 80년대 환상적인 검은색 슈퍼카 키트를 다룬 '전격 Z작전'에선 성우 이정구씨가 조금은 느끼했던 남자주인공 마이클(데이비드 핫셀호프)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원조 미드라 할만한 '600만불의 사나이'의 그 '비싼놈' 스티브(리 메이저스) 역을 맡은 양지운씨, '소머즈'의 뭐든지 잘 듣는 여주인공 소머즈(린제이 와그너)와 '말괄량이 삐삐'의 주근깨 아가씨 삐삐 역을 맡은 주희씨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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