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수목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이 절정을 향해 치달으며 악녀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고혜미 역의 민지혜(22).
J건설 사택단지의 '공주'인 혜미는 도도하고 냉정한 데다 완벽한 미모를 지닌 28살의 여성이다. 속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우아한 척, 착한 척하는 캐릭터. J건설 후계자인 유준석(박시후 분)과 결혼이 추진되면서 야망을 이루려하며 준석이 좋아하는 그의 비서 정윤희(배두나 분)의 존재를 용인한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결혼하는 것이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저는 혜미가 서글퍼 보이는 부분도 있어요. 사법고시 출신의 아버지와 고시원 주인집 딸이었던 어머니가 학벌차, 신분차로 냉랭하게 사는 것을 보며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했고, 어머니가 창피하다는 생각도 가지면서 더욱 더 성공에 집착하게 된 거겠죠."
혜미는 준석과의 결혼을 위해 애인을 물에 빠진 차 속에 남겨두고 홀로 빠져나와 아이도 유산했지만 마냥 애잔하게 보여져왔다. 옛 애인의 여동생 레이 김(차서원 분)이 오빠의 행방을 찾아 그를 찾아오면서 서서히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혜미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 거죠. 악역으로의 변신인데, '더 이렇게 나쁘게 보여야지' 하다보면 '오버'하게 돼요. 긴장을 풀고 자연스러운 연기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할 거에요."
TV에서는 다소 낯선 얼굴이지만 연기에 대한 자세는 녹록치 않다.
서울 명성여고에 재학 중이던 2001년부터 학교로 찾아온 매니저의 추천으로 데뷔, CF모델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2003년 제1회 앙드레 김 베스트 스타 어워드 신인스타상을 거머쥘 정도로 기대주로 꼽혀왔지만 연기자로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최초 한중 합작 드라마로 기대를 모은 '북경내사랑'에서 천정명, 김재원, 한채영 등과 함께 왕사랑 역으로 출연했지만 국내 흥행에 실패하면서 중국에 장기간 머물며 현지 드라마 두 편에 출연했다. 이후 작은 역부터 시작해 올해 3월 개봉한 영화 '뷰티풀선데이'의 여주인공을 맡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들어선 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고뇌도 있었지만, 연기 밖에는 할 것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아직 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조바심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앞으로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항상 즐겁고 설레고 기쁘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해요."
굳은 각오를 털어놓는 목소리도 가라앉아 성숙하다.
그러나 극중 28살을 연기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만 22살이다. 고고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이 팀에서는 가장 귀염받는 '막내'다. 은근히 덜렁거리는 면도 있어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것도 민지혜의 몫이다.
"윤희를 첩으로 삼겠다는 준석을 단호하게 야단치다가 조명기기에 걸려서 넘어지는가 하면, 수찬에게 냉정하게 윤희에 대해 조근조근 얘기하다가 벌에 쏘여서 비명을 질러서 NG를 냈죠. 쇄골 부근에 앉은 벌을 연기에 방해가 될까봐 그냥 손가락으로 눌러서 쏘인 거죠. 그 밤에 인근 약국에서 '버물리'를 발라 응급처치했어요. 잘듣던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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