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주일씨가 들려줬던 '하춘화 구하기' 비화

발행: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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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춘화가 지난 18일 KBS 2TV '상상플러스'에 출연,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과의 인연을 밝혀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춘화는 이날 방송에서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고 이주일이 폭파사고로 두개골이 함몰된 경황 중에도 나를 업고 뛰어갔다"며 "특히 벽을 넘을 때는 먼저 넘어간 이주일씨가 자신의 머리를 밟고 내려오라고까지 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 이주일은 암으로 타계하기 전인 지난 2002년 봄 당시 경기도 분당 자택을 찾아갔던 기자에게 이 '하춘화 구하기' 사건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 적이 있다. 하춘화는 그해 8월 고인의 영결식장을 찾아 명복을 빌었다.


우선 고인과 하춘화와의 관계. 고인은 당시 몸이 상당히 불편한 상태에서도 다음과 같이 회상하며 힘을 내곤 했다.


"나는 15세 연하인 그녀를 공주님처럼 모셨다. 지역 깡패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려면 우선 나부터 상대해야 했다. 이리역 폭발사고 때 나는 머리가 깨진 상태에서도 그녀부터 찾았다. 내 인생에 두 사람을 꼽으라면 하춘화와 (축구감독) 박종환이다."


고 이주일이 1970년대 최고의 인기스타 하춘화를 만난 것은 1974년. 고인은 당시 지방유랑 극단에 몸을 맡긴 채 충무로 언저리를 기웃거릴 때였다. 물론 70년대 말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까요"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로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르기 훨씬 전의 일이다.


"서울 국도극장에서였다. 당시 사회자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내가 대타로 나섰고, 그때 무대 주인공이 김추자와 쌍벽을 이뤘던 하춘화였다. 그날 이후 나는 하춘화 쇼의 단골 사회자가 됐다. 적어도 500회 이상 따라다녔다."


다음은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고인의 생생한 증언. "정말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오후 9시 무렵, 이리역에서 100미터 떨어진 삼남극장에서 막 오프닝 멘트를 끝내고 돌아온 순간이었다.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극장 지붕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하춘화씨부터 찾았다. 불길이 치솟는 난로 옆에 그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나도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지만 무조건 그녀를 업고 뛰었다. 그녀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극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쓰러졌다. 이때 14명이 죽었고 나는 뒷머리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한편 2002년 8월27일 오후 고인이 타계한 직후 하춘화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산공연 직후였다. "공연을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겠다. 두달 전만 해도 나중에 같이 연습하자고 말했었다. 이 선생님이 아직도 어딘가에 살고 계실 것 같다." 그리고 빈소에서는 "이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생명의 은인인 그분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고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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