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화수(화가이자 가수)' 조영남은 전망이 '끝내주게' 좋은 집에 산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 청담동 고급빌라 9층이 그곳이다. 그 전망 좋은 집에서 조영남은 일하는 할머니 한분과 고3짜리 딸과 함께 살고있다.
청량한 가을날, 보석같은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거실에서 내려다 본 한강은 정말 그림 같았다.
그의 집은 눈짐작으로도 엄청 넓어 보였는데 거의 인테리어가 없는 모던한 집이어서 더욱 광활(?)한 느낌을 주었다.
통유리를 통해 푸른 하늘과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기가막힌 조영남의 집 거실. 그곳은 작업실이고 전시실이고 갤러리였다.
장식이라고는 벽 곳곳에 걸린 다양한 크기의 액자 속에 담긴 그의 작품들 뿐. 눈길 닿는 곳마다 아무렇게나 세워놓은 듯한 캔버스와 액자도 놀랍도록 그 집 공간에 잘 어울렸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화투를 이용한 그림이 트레이드 마크인 조영남의 작품은 실제로 보니 (적어도 내게는) 훨씬 더 멋져보였다. 요즘 그의 그림값이 너무 비싸다 하니 월급쟁이 주제에 도저히 살 엄두는 못내지만 말이다.
너른 거실 옆에 침실과 서재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방문이 없었다. 그냥 벽으로 분할만 되어있는 공간, 그래서 조영남의 집이 더욱 넓어 보이는 것 같다.
침실에 들어서니 그곳이 침실이자 바로 또 작업실 이었다. 침대와 그림들, 캔버스, 물감 등등이 함께 있었다. 조영남은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면, 또 내키면 바로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침실 구경을 마치고 가본 곳은 서재. 두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에 온갖 종류의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문학, 예술, 철학, 미술을 가로지르는 그의 관심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런 관심이 바탕이 되어 그 어려운 현대미술을 '손쉽게' 설명하는 그의 책이 나온 듯하다.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한길사에서 나온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이란 조영남의 책은 현대미술 입문서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화장실에 가보니 변기통 옆에도 미술관련 책 20여권이 꽂혀 있었다.
눈부신 햇살과 도도한 한강을 품 안에 안고있는 아뜨리에 같은 집에서, 조영남은 자유롭게 그리고 그의 표현대로 정말 '쾌적'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쾌적한' 삶은 과연 예술가에게 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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