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각박하다지만 행복한 순간도 많다.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도 마찬가지. 험악한 송사와 돌팔매에, 뻔뻔한 허위와 거짓말에 머리 지끈지끈 아픈 2007년 연예계였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왜 훈훈하고 웃음짓게 한 일들이 없을까. '더불어' 사는 행복, 예쁜 삶에 대한 대리만족을 왈칵 느끼게 해준 스타들. 존경과 애정의 염을 담아 그들을 다시 추억해봤다.
"아들아~아무 것도 필요없다"..그리운 내 아버지 어머니
후덕하게 생긴 시골의 두 노부부(양재봉 김옥산)가, 아마도 도심으로 나갔을 아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아~아무 것도 필요없다." 여기까진 여느 휴머니즘 CF와 똑닮았다. 하지만 곧바로 새 TV를 얻으려는 이들의 '해맑은' 전략이 드러나면서 광고는 예기치 못했던 활력이 넘쳤다. '양보와 무기력과 무거운 어깨와 눈물'이라는 기존 시골 노부부의 이미지를 완전히 엎어버린 것이다. 언제나 고향 계신 부모 생각에 마음 무거웠던 이 땅의 아들과 딸들, 이 광고 보면서 비겁하게나마 행복했다.
그들만의 '커프'식 사랑..우리도 가능할까
고은찬(윤은혜)은 남장여자였다. 매사 씩씩한(헬멧 쓰고 스쿠터 탄 채 첫 등장한 윤은혜의 충격이란!) 고은찬을 사랑하게 된 한결(공유). 그래서 그들은 '형-동생' 사이라도 서로를 곁에 두고자 했다. 진짜 두 남자 카우보이의 진한 사랑을 그린 '브로크백 마운틴'과는 다른, 가슴 저린 그런 사랑. 그러면서도 드라마 막판 격정적으로 서로를 확인한 그런 뜨거운 사랑. 이 사랑에 시청자들은 흥분했고 행복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물었다. "당신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시나요?"
침대 위의 최강희..그녀는 진짜 천사
선행은 의무이고 고통인 줄만 알았다. 더욱이 골수기증은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평생 못하는 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4차원 소녀' 최강희가 이를 단단히 고쳐줬다. 백혈병 환자에게 자신의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한 후 병실에서 천사처럼 뛰놀던 최강희의 사진 한 장. 병실에서 이렇게 해맑은 표정과 몸짓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런 사람이 대중이 사랑해온 배우라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더할나위없이 감동했고 행복했다. "최강희, 당신은 진짜 천사입니다."
40대 동방신기의 눈물과 땀..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최강원영, 시아영석, 영웅용석, 믹키준진, 유노정우. 이들이 '스타킹'에 나와 "우린, 40대 동방신기~~에요"라고 외칠 때만 해도, '진실게임'류의 난다긴다 하는 짝퉁 브라더스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무대에서 보여준 고난도 댄스와 열정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 빠지고 배 나온 이 40대 아저씨들 마음에도 '잘 나가던 20대 꿈'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 그냥 삶에 찌든 아버지이고 남편이었을 이들이 쏟은 땀방울에 시청자들은 행복했다. 그들은 바로 이날 TV 보며 휴일 낮 보내던 중년의 시청자들, 다름아닌 그 자화상 아니었을까.
웃긴 줄만 알았는데..신정환의 찡한 손길
지난 4월10일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 자동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도로와 언덕 사이에 휠체어가 끼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승용차가 비상등을 켜며 멈추더니 운전자가 내려 그 휠체어를 꺼내줬다. 한 네티즌은 이를 동영상에 담아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신정환. 비난받을 짓을 자주 해온 물의 연예인이었던 그에게 네티즌들은 다른 모든 것 잊고 전폭적인 찬사를 보냈다. 똑같은 상황에서라면 몇번이나 모른 채 그냥 지나쳤을 대중이 보낸 '부끄러운' 자책성 찬사였다.
열심히 노래한 당신, 너무나 그리운 '쇼바이벌'
슈퍼키드도, VOS도, 에이트도 노래가 끝나면 모두가 조마조마했다. 심사위원들은 살벌하게 냉정한 평가를 내렸고, 1위를 하면 가수도 방청객도 눈물 콧물 다 흘렸다. 지금은 폐지된 '쇼바이벌'은 토요일 오후에 만나던 '대단한' 프로그램이었다.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삶이 도대체 뭔지, 대중에게 버림받은 가수들의 아픔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렵게 잡은 '기회의 땅'에서 피 터져라 노래부르던 가수들의 열정과 절박은 얼마나 대단하지, 그대로 보여줬다. 폐지 소식을 전해들은 슈퍼키드는 말했다. "많은 신인가수들이 '나도 저기 나가봐야지'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 말은 또한 나름 열심히 '쇼바이벌'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겐, 그 짧았던 '행복'에 대한 씁쓸한 작별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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