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들이 살벌해졌다.
살벌하게 다그치는 여자, 서서히 복수를 향해 조여드는 여자, 빼앗긴 인생을 보상받겠다는 여자. 드라마 속 여자들이 무서워졌다.
자신을 잃은 채 조용히 살던 여자도, 자식을 향한 안타까움에 가슴을 쥐며 살던 여자도 복수를 향해 새로운 길을 걸으며 드라마의 전환기를 열었다.
14일 방송된 MBC '천하일색 박정금'에서 '박정금 여사' 배종옥은 눈에 핏발이 가득 설만큼 몰입한 연기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아들 지훈(백종민 분)의 실종과 관련해 '청주댁' 사순자(이혜숙 분)의 음모가 있었다는 실마리를 잡은 박정금은 사공유라(한고은 분)와 사순자를 몰아가며 다그쳤다.
어릴 적 잃은 아들을 향한 가슴앓이와 사순자 모녀의 핍박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살던 박정금은 "한 아이의 인생이 달린 일"이라고 핏대를 세우며 드라마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SBS 아침드라마 '물병자리' 또한 명은서(임정은 분)의 정체가 주변에 알려지며 드라마의 전환기를 맞았다.
교통사고 이후 자신을 잃고 살던 은서와 그런 은서의 자리를 대신 차고 들어가 은서의 인생을 망가뜨렸던 은영(하주은 분)은 은서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을 모두가 알아가게 되는 와중에도 뻔뻔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은서는 조용하기만 했던 모습과는 달리 차갑게 내뱉는 말들도 은영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간다.
자신을 잃게 하고 자신의 자식을 빼앗아가며 인생 전부를 망가뜨리고도 끝까지 뻔뻔하게 몰아 부치는 은영과 그녀에 반감을 드러내는 은서의 모습은 아침부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침드라마의 살벌함을 얘기하자면 MBC의 '흔들리지마'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만 하면 모든 게 끝"이라며 독한 모습을 이어가는 이수현(홍은희 분)과 의붓언니인 수현으로 인해 줄곧 숨죽여야 했던 어린 시절에 이어 사랑하는 남자까지도 욕심부릴 수 없는 박민정(김다인 분)은 회가 갈수록 팽팽히 맞선다.
그리고 민정은 수현이 둘 사이에 있는 남자 한강필(김남진 분)을 두고 미행까지 하고 있음을 알게 되며 수현에 당당히 맞선다.
때론 불쌍하게 보이다가도 악랄한 모습까지 연출하는 수현 역의 홍은희와 조용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는 민정의 신경전은 시청자를 숨죽이게 한다.
여기에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도 여자의 복수와 한이 그려질 것임을 예고하며 여자의 복수 릴레이를 잇는다.
'태양의 여자'는 어린 시절 이복동생을 버린 신도영(김지수 분)과 그로 인해 고아로 살았던 윤사월(이하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운명처럼 자신과 얽혀버린 사월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모든 사실을 덮어버리려 발버둥치는 도영은 다른 드라마 속 악역들처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채 힘들게 살아야 했던 사월은 처음부터 "복수"라는 키워드를 달고 극에 들어섰다.
그리고 회가 갈수록 사월의 정체가 밝혀질 가능성을 높이며 스릴을 키우는 진행과 잃어버린 자신의 딸을 잊지 못하고 도영에 비정하리만큼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어머니(정애리 분)의 모습은 사실이 밝혀진 후 나락에 빠질 도영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예고한다.
착한 여자들의 변모로 극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드라마들의 변신. 오뉴월에도 찬 서리를 내리게 한다는 여자들의 한과 복수가 드라마에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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