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게 연 TV 다큐의 새 장이 방송사의 연이은 긴축 칼바람에 맥없이 닫힐 위기에 놓였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방송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대형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영향을 끼친 탓이다.
MBC 스페셜 '북극의 눈물' 3부작은 최근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은 다큐멘터리다. 뒤이은 제작기까지 4편 모두가 1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일 앙코르 방송도 마찬가지로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차별화된 영상, 감성적이지만 절절한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깊이 움직였다는 평가다.
'북극의 눈물'은 방송 전 반응을 두고 MBC 시사교양국도 마음을 졸였던 대작이었다. 윤미현 PD는 "지금은 좋은 반응에 마음이 놓이지만 방송 전에는 대작인 만큼 부담도 컸다"고 회상했다. 6개월에 걸친 촬영에 무려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항공 촬영에는 따로 1억원을 들여 시네플럭스란 전문 촬영장비를 사용했을 정도다.
'북극의 눈물'을 비롯한 명품 다큐멘터리들이 연이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KBS에서 방송된 인사이트 아시아 '차마고도' 6부작이 대표적이다.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5000Km의 장대한 문명교역로 '차마고도'를 세계 최초로 다룬 '차마고도'는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받은 데 이어 무려 18개국에 수출되며 '다큐멘터리 한류'의 장을 열었다. 2008 방송위원회 대상 등 수상도 잇따랐다. 국제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 EBS 다큐 '한반도의 공룡'이 EBS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시청률인 2.7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하며 호평 받았다. 향신료의 전파 경로를 따라간 MBC '스파이스 루트', 각국의 면 요리를 다룬 친숙한 다큐 KBS '누들로드' 역시 참신한 기획과 영상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그러나 2007년 말부터 이어진 다큐멘터리의 괄목할만한 성과가 올해도 이어질지 미지수다. 광고 수주 급감으로 긴축에 돌입한 각 방송사들이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기간이 길고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대작일수록 더욱 설 자리가 좁아졌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준비 작업을 마친 다큐멘터리들이 속속 제작이 중단됐다. 연중기획 '인사이트 아시아'의 일환인 '티베트 무인구' 등도 그 대상이다. "적자 규모가 커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해외 다큐멘터리 제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MBC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MBC 시사교양국 관계자는 "'북극의 눈물'이 호평을 얻었지만 다른 대형 기획들이 제작이 이뤄질 지 장담할 수가 없다"며 "제작비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대형 다큐멘터리가 먼저 타깃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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