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이에 내가 하리~"
배우 임하룡(57). 76년 연극으로 데뷔해 올해로 벌써 연기 인생 33년째다.
80년대 '유머 1번지','쇼 비디오자키' 등 콩트 프로그램을 휩쓸며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젊은 오빠' 등 숱한 유행어와 함께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안겨줬던 코미디언 임하룡은 자신의 유행어와 달리 나이를 잊은 채 배우로서 '젊은 오빠'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동료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MC 등 다른 길을 택할 때, 오랜 시절부터 꿈꿔왔던 '연기자'의 길을 선택,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다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당시 '개그콘서트'를 준비 중이었는데 후배들이 자기들끼리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요. 그래서 이참에 연극재단을 만들어 연기관련 일을 해보려고 했죠. 근데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더라고요.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장진 감독이 제의해 와 영화를 하게 됐어요."
그렇게 임하룡은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2004)에 반장 역을 맡아 출연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배우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물론 그 전에도 '미스 코뿔소 미스 코란도'(1989), '묻지마 패밀리'(2002) 등 영화를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시에는 '코미디언'이란 단어가 그를 수식했다.
"예전에도 서영춘 선생님처럼 코미디하다 영화하시는 선배들이 많았어요. TV시대라 영화를 하면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희극배우도 어차피 배우라는 같은 길을 걷는 거라고 생각해요."
임하룡과 비슷한 시기에 시청자 배꼽을 잡게 하던 코미디언이 최양락이다. 임하룡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면 최양락은 잠시 웅크렸다 다시금 '웃음'으로 시청자 앞에 다가섰다. 임하룡은 후배 최양락의 '귀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즘 최양락이나 이봉원과 같은 후배들이 예능프로에 나오는걸 보면 집 나간 자식들이 돌아온 것처럼 기뻐요. 잘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임하룡은 '귀환'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한창 활동할 때는 '폭소대작전', '기쁜우리 좋은 날' 등 방송3사 개그프로그램을 동시에 출연하며 휘어잡았던 그였다. 그는 '관심'이라는 표현을 썼다.
"애착까지는 아니고 예능에 관심은 당연히 갖고 있죠. 농사짓던 사람이 고기 잡는다고 해도 지나가다 벼 보고 보리 보면 (농사가) 생각나고 농사 이야기 나오면 같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임하룡은 "유재석도 50세가 되면 연기를 하지 않을까. 남다른 재주가 있는 친구다. 김국진도 연기 면에서는 꽤 실력 있는 후배고"라며 그간 후배들을 지켜본 느낌을 말했다.
임하룡은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하사 역을 맡아 호평 받았다. 이 영화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에서 알아보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동막골'이후 임하룡은 '맨발의 기봉이'(2006), '원탁의 천사'(2006),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7), '싸움'(2007) 그리고 지난해에는 KBS 드라마 '최강칠우' 등을 통해 완벽한 배우 변신에 성공했다. 올해에도 영화 '인사동스캔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몇 편의 영화를 더 계획 중이다.
"일단 영화에 집중하려고 해요. 주연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내가 나오는 신(장면)은 내가 주인공이란 생각으로 하니까요. 앞으로도 그래왔고 계속 그럴 겁니다."
무명배우로 시작해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임하룡은 '인생'이란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열연했고 많은 이의 뇌리에 깊숙이 '임하룡' 빛나는 이름 석 자를 남겼다.
임하룡은 이제 '인생'이란 무대에 스크린을 올리고 또 한 번 현란한 '다이아몬드 스텝'을 내딛는 중이다. '이 나이에 내가 한다'는 무성(無聲)의 깊숙한 발자국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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