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준 "선수출신이라 무임승차? 섭섭하죠"(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배우 이정준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배우 이정준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스포츠 드라마 MBC '2009 외인구단'에는 실제 야구선수 출신 배우가 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로 얼굴 절반을 가린 외팔이 야구선수 최곤 역의 이정준이다. 이정준은 한 팔을 잃고 야구의 꿈을 키우는 최곤 역을 맡아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LG트윈스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그는 1998년 구단에서 나온 뒤 오래도록 꿈꿔오던 배우의 길을 택했고, 뒤늦게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갔다.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이 대학로. 시청자들 사이에선 아직 낯선 얼굴이지만, 이정준은 벌써 10년 가까이 대학로의 극단에서 연기 열정을 태우는 중견이 됐다.


"공교롭게도 제가 주목을 받은 작품들 대부분이 야구와 관련된 작품이에요. 'YMCA 야구단'에 출연했고, '슈퍼스타 감사용'에도 나왔죠. '2009 외인구단'에서도 야구 선수 역할을 맡아서 이렇게 TV에 나오게 됐네요."


한때 야구를 평생의 꿈으로 안고 살았으나 배우로 길을 옮긴 뒤에도 질긴 야구와의 인연이 이어지는 셈이다. 지긋지긋할 법도 하지만 이정준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정말 지겹도록 받은 질문이 왜 야구하다 연기를 하냐는 거였어요. 제가 야구를 했다는 건 사실이고, 그것이 연기로 이어지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자연스러운 거죠. 일부러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겠어요. 다만 이번에는 그런 야구가 아니라 연기로, 연기자로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이제 기회가 왔구나 하는 마음이었죠."


그가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더 쉽게 '외인구단'이라는 배에 승선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인구단 내에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최곤 역을 위해서 받은 오디션만 네 차례. 출연진 가운데 거의 마지막으로 캐스팅이 된 뒤엔 오른손이 없이 야구를 한다는 설정 때문에 오른손잡이인 그 역시 한참동안 야구 연습을 해야 했다.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서 연습 시간은 짧았지만 그 못지않게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한 팔이 없는 역할을 하려니 그것도 까다롭더라고요. 카메라가 앞에서 잡을 땐 팔을 뒤로 돌리고, 카메라가 뒤에서 잡을 땐 팔을 앞으로 돌리고…. 제가 아니라 분장팀이 고생을 하셨죠."


배우 이정준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그런 고생 덕분일까? 긴 머리를 휘날리는 최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고독한 외인구단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정준의 서글서글한 인상을 접하고 최곤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정준은 그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섭섭한 대신, 역할에 그렇게 녹아들었나 싶어 신이 난다.


원작과는 다른 설정에 주목하는 팬도 많다. 이현세의 만화 속 최곤은 중년에 가까웠지만, 드라마에서는 크게 젊어진 탓이다. 때문에 원작에서 암시됐던 엄지 동생 현지와 러브라인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모든 반응이 이정준은 즐겁다. 이번이 그에게는 첫 드라마 진출. 그는 자신에게 찾아 온 첫 기회를 붙잡고 싶다고 밝혔다. 배고픈 연극계 사정은 그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좋지 않아 대학교 학자금 때문에 받은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는 이 배우는 그러나 "부끄럽지 않다. 꿈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좋다. 나는 당당하다"고 가슴을 폈다.


"앞으로 드라마로도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무대를 놓지는 않을 겁니다. 나중에 돈 벌면 하고 싶은 거요? 일단 빚 갚고(웃음), 고생한 극단 식구들을 제가 도와 다시 연극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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