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방송된 SBS '야심만만2'에선 웃기는 현상이 펼쳐졌다. 요즘 '개콘'의 '씁쓸한 인생'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옹달샘 3인방, 그중에서도 '유상무 상무'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개그맨 유상무가 시청자는 물론 MC들까지도 웃기지 못한 것. 본인도 카메라 울렁증 얘기를 한데다 강호동도 "예능감각"이 없다고 구박했다. 오죽했으면 자막에 '경직 상무'까지 떴을까.
비단 유상무만이 아니다. 역시 '개콘'의 왕비호 캐릭터로 유명한 윤형빈도 정작 큰 기대를 안고 출연한 KBS '남자의 자격'에선 좀처럼 웃음 포인트를 찾고 있지 못하다. KBS '1박2일'의 이수근은 코믹 캐릭터라기보다는 '일꾼'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봉숭아 학당'에서 위치도 점잖은 선생님. 이밖에 MBC '세바퀴'에서 거의 고정으로 나오는 김현철 역시 요즘 들어 좀 웃겨주지만 한때 그의 별명은 '초대 못받는 개그맨'이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 역시 '어색'이 그의 주요 컨셉트다.
이에 비해 요즘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이들은 백전노장의 가수 아니면 한때 '진지-엄숙-찌질남'으로 불렸던 탤런트, 배우들이다. 우선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 '스타골든벨' 등에서 '저질체력' '병든로커'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사하며 끊임없는 입심을 과시하고 있다. '세바퀴' 등에 출연중인 백두산의 유현상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언과 호통, 금세 꼬리 내리기로 수많은 여성 패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느닷없는 발언의 수위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경실이 "이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라고 치고 들어오는 게 재미있을 정도다.
반항적인 힙합 악동 이미지의 길 역시 MBC '놀러와' 등을 통해 비호감 외모와 왕자병 사고라는 비대칭 개그로 시선을 끌고 있다. 그의 주특기는 '배간길' '이간길'이라 불리는 별명 그대로 '곱상' '점잖음' '매너'와는 거리가 먼 솔직 뻔뻔한데다 오만방자해 보이기까지 하는 멘트. 유현상이 자신을 모른다고 하자 "저도 형님 몰라요"라고 툭 내뱉는 식이다. 어쨌든 이들이야말로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리얼 토크로 요약되는 예능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배우 중에선 '예능 출연 섭외 1순위' 김수로를 비롯해 MBC '내조의 여왕'의 윤상현과 최철호가 대표적. 극중에서 워낙 코믹한 캐릭터로 나온 이들은 '해피투게더'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평소 감춰뒀던 예능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특히 최철호가 평소 식당에서 관찰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생활개그'로 옮겼을 땐 유재석 박미선 모두 쓰러졌다. 엄숙했던 중견 탤런트 김동현 역시 최근 '세바퀴'에서 아내 혜은이를 향해 손하트를 날리는 등 연신 '코믹 앙증 닭살'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 왜 요즘 개그맨은 예능프로에서 웃기지 못할까. 그건 바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고정화된 '캐릭터' 때문이다. '뿔난 할매' '수다맨' '화상고 3인방' '왕비호' '마빡이' 등 캐릭터는 고정된 상태에서 상황만 계속 바뀌는 코너가 대부분이어서, 변화 무쌍한 캐릭터, 치고 들어오는 순발력을 리얼 타임으로 요구하는 예능에선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유상무는 '유상무 상무'로 불릴 때만 폭발적인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고, 윤형빈 역시 막말-비꼼-무시의 대가 '왕비호' 캐릭터 없인 존재감을 남기기가 어렵다는 것. 왕년 '스탠딩 개그'의 달인 박미선이나, 콩트 코미디에서 실력을 쌓은 뒤 일찌감치 MC로 방향을 튼 유재석이 요즘 예능 프로에서 종횡무진하는 사실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이에 비해 가수나 배우의 경우 '자연인'으로 출연한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기존 고정된 캐릭터에 대한 편견 없이, 때로는 편견을 배반하면서 숨겨진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최근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지진희가 평소 점잖은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눈꺼풀 재빠르게 깜빡이기'라는 개인기를 선사, 큰 웃음을 선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평소 이미지를 뒤엎는 캐릭터가 이들에겐 큰 장점이 된다는 것. 지난달 하차한 '패밀리가 떴다'의 '엉성' 이천희와 '살벌' 박예진, '1박2일'의 '허당' 이승기를 비롯해 '남자의 자격'의 김성민, '스친소2'의 이규한, '일밤-오빠밴드'의 작곡가 유영석 등이 이런 반전 및 숨은그림 찾기의 매력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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