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야, 예능 프로그램이야? 요즘 TV 헷갈리는 프로그램들이 종종 등장한다. 인포테인먼트, 에듀테인먼트, 토크멘터리…. 결합과 크로스오버가 대세인 요즘, 시사교양과 예능 프로그램도 그 예외가 아니다. 재미와 의미의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파일럿으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MBC '오 마이 텐트'는 김제동이 MC를 맡아 1박2일 캠프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는 프로그램이다. 캠핑초보 김제동이 버벅거릴 땐 재기발랄한 자막이 재미를 더했다. 제작진은 토크쇼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했다며 이를 캠핑 토크멘터리로 명명했다. '오 마이 텐트'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MBC 파일럿 '자체발광'의 경우 조연출이 오리배를 타고 바닷길에 도전, 한국 기네스기록을 세우는 진기한 모습을 연출했다. '자체발광'의 콘셉트는 대국민 호기심 해결을 위한 리얼 실험쇼. PD들은 배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고, 들어찬 바닷물을 퍼내가며 분투했다. 사소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무모해 보이는 도전, 출연자가 PD가 아니라 유재석, 박명수였다면 MBC '무한도전'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SBS의 신개념 퀴즈쇼 '300'은 20대부터 50대까지, 일반 국민들을 대표해 스튜디오에 모인 300명이 설문을 듣고 내놓은 즉석 답변을 맞춰가는 프로그램이다. '부부싸움은 내 탓 아니면 상대방 탓인가', '내 외모는 대한민국 평균 이상이냐 이하냐' 같은 정답없는 문제들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하다. 달변가 신동엽이 MC를 맡고 연예인들이 출연해 퀴즈를 푼다.
예능 프로그램인가 싶은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다. 이재용 아나운서와 자우림 김윤아가 MC를 맡아 6일 방송을 앞둔 MBC 파일럿 프로 '네 마음을 보여줘' 역시 정보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정체불명'이다. 건강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전제 아래 심리풀이, 상황재연, 실험카메라가 이어진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재미에 눈을 뜨듯, 예능 프로그램들은 일찌감치 의미에 눈을 떴다. '무한도전'은 벼농사를 통해 농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아이같은 어른들의 성장을 그린다. 어디 이뿐이랴. KBS 2TV '스펀지 2.0'은 정보성과 오락성을 겸한 프로그램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고,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은 안전을 테마로 한 쉽고 재미있는 정보 전달로 이름났다.
무겁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변신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과 시청률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이 그 목표다. 크로스오버 프로그램들의 앞선 성공도 그 동력이 됐다.
한 시사교양국 PD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떤 프로가 교양프로인지 예능프로인지 시청자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고 의미있게 잘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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