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한 구절에 가슴은 뭉클해지고, 노래 한 소절에 얼굴엔 웃음이 피고, 영화 한 장면에 추억은 방울방울이 되고..마찬가지다.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이 더 많았던 올해이지만, 한 귀퉁이에선 어김없이 삶의 의욕을 보듬어주는 크고 작은 일들이 꿈틀거렸다. 그게 꼭 거창한 선행이 아니었어도, 몰래 한 그들의 작은 몸짓에, 이 악물고 버틴 그들의 오기에, 우리는 간만에 얼굴 좀 폈다. 그래, 이들 덕에 우리가 웃는구나.
올 2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봅슬레이 편'은 외국영화 '쿨러닝'과 한국영화 '국가대표'가 준 감동 그대로였다. 서로 질시하고 무시하던 '대한민국 평균이하남들'이 봅슬레이라는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벽에 도전하면서 뭉치고 끌어안고 우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것도 일본 땅에서. 마지막 선발전 당일,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가 57.4초를 기록하며 도착점에 들어가는 순간, 펑펑 운 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또한 이들의 장한 모습에 환하게 웃은 이들 또한 전진 노홍철만이 아니었다.
KBS '꽃보다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티맥스의 김준도 몰래 한 소소한 배려 덕분에 팬들을 미소짓게 했다.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실망스러운 실력으로 '꽃남'의 이미지를 구겼던 김준이 촬영 도중 틈틈이 야구장 한 켠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공개된 것. 응원석에 앉아있던 한 팬이 야구장으로 펜을 떨어뜨리자 주워서 올려주는가 하면, 기념사진을 요청한 꼬마를 위해선 무릎까지 꿇고 포즈를 취했다.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닌, 동네 삼촌이자 동생일 뿐인 김준, 이 사람이 진정한 '꽃보다 남자' 아니었을까.
몰래 해서 대견스럽게 보이기로는 군입대가 빠질 수 없다. 누구처럼 군대 가기 싫어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건장하고 선량한 남자들이면 다 가는 군대를 누구처럼 호들갑스럽게 가는 게 유행인 마당에, 이들은 몰래 갔다. 대표적인 스타가 지난해 12월 조용히 현역으로 입대한 배우 정준. 올 초 육군 월간웹진 아미진을 통해 공개된 육군 정보통신단 정준 행정병의 늠름한 모습은 자랑스러운 아들, 동생, 형, 오빠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일단 삶의 목표가 아파트 평수 넓히기 아니면 프리미엄 외제차 구입하기인 보통의 사람들로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스타가 있다. 션-정혜영 커플이다. 션은 지난 8월 MBC '일요인터뷰人'에 출연, 또 한 번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제 아내가 여섯 명을 후원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아이를 만나러 필리핀에 갔다. 우리가 보내주는 3만5000원, 그 작은 금액을 받아서 한 아이가 없던 꿈이 생긴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 우리도 내집 마련의 꿈이 있다. 그 꿈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지만 좀 더 뒤로 하고 지금 정말 꿈이 필요한 아이들 돕는 걸로 대신하자 했다."
그러나 올해 아주 통 크게 우리의 얼굴을 피게 만든 이는 바로 김장훈 아닐까. 김장훈은 지난 7, 8월 미국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터에 '독도, 동해 알리기' 광고를 게재, 국내외 언론과 시민들을 깜짝 놀래켰다. 본인 스스로 '딴따라'로 칭하며 무대 위에서 죽을 힘 다해 공연을 하던 그가 이런 일까지 해내는 동안 우리는 뭘 했나. 결국 월스트리저널은 '동해' 표기지도를 신문에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김장훈은 이어 지난 11월 동해와 독도연구 및 홍보교육 지원을 위해 거금 3억원을 쾌척했다.
이밖에 션-정혜영 부부나 김장훈 같은 선행천사, 기부천사는 연예인 중에 워낙 많다. 필리핀 중남미 지역 10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 방글라데시의 조손 가정을 방문해 후원 결연을 맺은 배우 최정원,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를 돕기 위해 노개런티로 컴패션밴드에 참여한 박예진 구준엽 송은이 등등. 팬들은 이들을 보고 입을 모았다. "고마워요, 그리고 든든해요. 이젠 우리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줄 때가 됐네요. 산타를 믿냐고요? 난 믿어요. 이제 내가 누군가의 산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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