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부터 알리오 올리오까지..TV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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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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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랬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간장에 고추냉이를 안 넣게 됐고, '심야식당'을 보고는 비엔나 소시지와 계란말이의 진가를 뒤늦게 깨달았다. 또한 '신의 물방울'을 보고서야 거실 장식장에 처박아 뒀던 와인의 몸값 귀한 줄을 그때서야 알았다. 주인집 몰래 부뚜막 솥에 숨겨둔 그 '식객'의 고구마에는 아들을 버려야 했던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이 담겨있지 않았나.


종이 만화가 이렇게 식욕과 추억, 향수와 눈물을 자극하는데, 지글지글 보글보글 형형색색 TV는 오죽할까.


TV가 맛있다.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는 버럭 쉐프(이선균)와 '붕어'(공효진), 키다리 아저씨(알렉스) '보는' 맛도 있지만, 라스페라가 내놓는 갖가지 요리를 '먹는' 맛도 꽤나 쏠쏠하다. 그 비싼 라스페라에서 가장 싼 걸 시켜야 했던 옛 공효진의 눈물이 담긴 알리오 올리오, 모시조개로 이탈리아 영사의 혀를 감탄케 했던 봉골레 알리오, 쥐치에도 간이 있던 줄을 그때서야 깨달았던 쥐치간 푸아그라 등등.


'파스타'의 공은 또 있다. 파스타 시키면 꼭 따라 나오는 피클이 설탕범벅이라는 것. 자장면에 단무지, 라면에 김치처럼 쌍으로 나왔던 피클의 정체(?)를 알고 알리오 올리오 시킬 때 "피클 빼고요" 하는 요즘 손님들 꽤 많다. 뒤늦게 잘만 담그면 당뇨병 환자도 먹을 수 있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떠나간 피클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거니까.


사실 식욕을 자극한 드라마 '언니'(사극 '추노'의 표현을 빌리자면)들은 꽤 많다. 나상실 시절 한예슬이 그렇게나 맛있고 게걸스럽게 먹었던 '환상의 커플'의 그 자장면과 막걸리. 특히 거의 얼굴 크기만큼이나 푸짐하게 집어 먹던 그 자장면 신을 보면서, 중국집에 전화를 건 다이어트 주부들 진짜 많았다.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눈물 나게 맛있었던 드라마다. 예쁜 케이크도 입맛을 돋웠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TV를 보다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게 한 건 삼순이 김선아가 황제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야밤에 시도했던 그 양푼 비빔밥 아니었나. 여기에 한 잔씩 반주로 곁들인 소주 원 샷까지.


'파스타'의 이선균이 카페라떼 같은 향을 뿜었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결혼 선물로 받고는 부엌 찬장에 쑤셔뒀던 커피메이커를 다시 식탁으로 오게 한 일등공신. 절대후각이랄까, 척 하면 커피 향을 구별해내는 윤은혜, 여기에 공유와 거의 완벽한 사랑을 일궈낸 이 고은찬 때문에 늦은 밤 커피 마신 신혼부부들도 부지기수다.


이밖에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나는데 어찌 홍시 맛이 나느냐고 물으시면"이라고 절대미각을 만천하에 알린 어린 장금이 퍼트린 '대장금'의 홍시의 유혹도 빼놓을 수 없다. 냉면에도 그런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던 '내 남자의 여자'의 중국 냉면까지. 물론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홀로 퍼마시던 그 쓴 소주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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