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의 예고된 역전극.."욕심냈어요"(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MBC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추자현
배우 추자현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추자현 ⓒ이명근 기자 qwe123@

역시 추자현(31)이다.


얼마 전 화제 속에 끝난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극본 이홍구·연출 이형선, 이하 '신불사')에서 추자현의 존재감은 처음과 끝이 너무도 달랐다. 그녀가 출연하는 지도 모르게 시작했던 '신불사'에서 추자현의 존재감은 뒤로 갈수록 점점 커졌다. 마지막 4회를 본 이들이라면 추자현의 슬픈 눈빛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출연하게 된 사연부터가 '역시 추자현이다' 싶다. 주인공 최강타(송일국 분)의 여동생임이 후에 드러나는 여형사 서미수는 처음부터 돋보이는 캐릭터가 결코 아니었다. 추자현은 드라마 포스터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히든카드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순서상으로는 5번째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시놉시스에 몇 번째로 나오는 역할인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걸 제대로 해 내는 건 제 몫이죠. 다른 건 몰라도 '아, 그래서 추자현이 저 역을 했구나' 하는 소리는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그녀는 욕심 많은 여배우다. 똑똑한 여배우고, 또 믿음직한 여배우다.


-또 힘든 역할이더라. 어쩜 그렇게 만만찮은 역만 하나. 촬영하다 턱도 다쳤는데.


▶촬영할 때는 괜찮다고 하고 막 찍었는데, 흉터 남는다고 하니까 마음이 확 상하더라.(웃음) (송)일국 오빠가 마음 쓰이니까 괜찮냐고 계속 물어본다. 자기가 오빠라 마음이 아팠다면서.


-형사 역할이라 남자들과 격투신이 많았다. 맞기도 많이 맞더라.


▶일국 오빠나 (김)민종 오빠 모두 러브라인이 아니고 액션이 들어가다 보니까 어쩔 수 없다. 다들 리허설 때는 엄청 배려하는데 막상 슛에 들어가면 살살 하다가도 조절이 안 된다. 똑같이 뺨을 맞아도 남자배우가 때리면 여배우랑은 다르다. 스쳐도 무섭다. 촬영 끝나면 괜찮냐고 다 챙기시는데, 물론 '아유 괜찮아요. 안 아파요' 그런다.(웃음)


나도 성격상 일단 하면 대강은 못한다. 첫 회 액션신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쉬지도 않고 찍었다. 남들 야식 먹을 때까지 연습하면서. 나중에 보니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


-대작으로 보이지만 제작여건은 그렇지 않아 고생이 많았을 텐데.


▶현장에서 제약이 많았다. 초반에 평이 좋지 않았을 때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이 있어도 찍어야지. 각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출연진들이 다들 너무 좋았다.


배우 추자현 ⓒ이명근 기자 qwe123@

-친오빠 역으로 나오는 송일국이나 악역 김민종과 분량이 많았는데.


▶일국 오빠가 의외로 위트가 있다. 혼자 소화하는 분량이 90%쯤 되다보니 체력도 안 되고 잠도 부족했을 텐데 현장에 오면 참 잘 해주셨다. 장난도 많이 치고. 다른 여배우들이랑은 러브라인인데 저랑은 그렇지 않으니까 좀 차별을 두려고 하셨나보다. 나도 예의를 갖추면서 여동생으로 보이려고 많이 행동했다. 오빠도 어깨 쓰다듬을 걸 머리 쓰다듬는 식이었고. 대사 맞출 겨를도 없이 찍는 일이 많았는데 참 잘 맞았다.


후반부에는 장난을 일부러 피했다. 최강타를 보면 가슴이 아팠다. 축구선수가 남자친구라면 그저 멋질 텐데 가족이라고 하고 보면 힘든 훈련 한다고 가슴이 아픈 것처럼. 보면 눈물이 났다.


-김민종과의 촬영은 어땠나?


▶민종 오빠는 우리가 '신불사'의 조감독이라고 불렀다. 다들 민종 오빠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했다. 그 전에도 성격 좋으시단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보니 정말 최고다. 현장 스케줄은 물론이고 상대 배우부터 단역, 스태프까지 다 챙긴다. 설정도 다 구상해 오신다. 존경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 반했다. 많이 배웠다.


일국 오빠, 민종 오빠가 동갑이신데, 저는 '우송 좌김' 사이에서 귀여움 많이 받았다.(웃음) 내가 감정을 잡을 때까지 알아서 함께 해준 두 분 덕에 저는 받아먹기만 했다. 내가 한 거 없다.


-다른 배우들과의 분위기는 어땠나.


▶다들 너무 좋았다. (한)고은 언니, (한)채영이, (유)인영이… 모두 말 할 나위 없다. 늘 배우는 스태프 칭찬, 스태프는 배우 칭찬이었다. 힘든 와중에도 서로 위해주면서, 하하호호 하며 찍었다. 이형선 감독님께도 놀랐다. 연출자로서 속상할 상황이 많았을 텐데, 그걸 극복하시더라. 말씀도 '나는 이 신 포기했는데 일국씨가 살리네', '민종씨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자현씨가 역시∼' 이러시는데, 힘을 안 낼 수가 없다.


-사실 추자현의 출연이 의외이기는 했다. 처음부터 비중이 크지도 않았고.


▶저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주인공 최강타와 가족애로 뭉치는 게 좋았다. 24부로 가면 마지막에는 꼭 이 부분이 조명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에 죽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미인도' 때도 조연이었지만 놓친 게 있었다. 너무 내 것만 열심히 하니까 전체를 못 본 거다. 이번에는 처음에 조용히 묻어가며 지냈다.


-후반부에는 추자현의 비중이 커지면서 무게가 확 실렸다.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14회부터 제 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김민종 오빠가 그랬다. 추자현이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자기 분량은 무섭게 '따먹는다'고.(웃음) 우리 촬영장은 현장에서 바로 해 내야 하는 것이 많았다. 사실 대본 들고 부조종실까지 올라가 감독님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내 몫을 해내겠다는 욕심도 물론 있었고, 내가 얘기한 것 때문에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


배우 추자현 ⓒ이명근 기자 qwe123@

-어떻게 출연을 결정했나?


▶급하게 마지막에 캐스팅됐다. 요새 중년 취향의 드라마가 많다 보니 여배우들의 역할이라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받는 역이냐 사랑하는 역이냐, 미혼이냐 기혼이냐 그게 큰 차이일 뿐. 그런 연기는 나중에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불사'는 기존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작품이었다. 그게 좋았고, 서미수란 역할이 좋았다. 쉽게 맡을 수 없는 역이니까.


-여배우 3명이 제작발표회에 나와서 집중 조명을 받을 땐 참석도 안했더라. 서운한 점도 있었겠다.


▶처음엔 스트레스도 받았다. 나야 '앞으로 잘 하면 되지' 하면 그만인데 주변에서 계속 '왜 네가 그런 작은 역할을 했니' 하는 거다. 그 분위기에 휘말리면 안되니까 아예 전화를 끊었다. 6∼7년만의 드라마라 예민한 면이 없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뒤에는 주위 반응도 많이 바뀌었겠다. 그것이 더욱 기분 좋았을 것 같다.


▶나중에는 문자가 오더라. 잘 봤다고. 끝까지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고 15%대를 유지한 것, 또 엔딩을 장식했던 것, 나름 기분이 좋았다.


순서상으로는 5번째 캐릭터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시놉시스에 몇 번째로 나오는 역할인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그걸 제대로 해 내는 건 내 몫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 그래서 추자현이 저 역을 했구나' 하는 소리는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욕심내도 안 될 수가 있는데 감사하게도 내 욕심보다 더 많은 분량이 나왔다.


-다음 작품은 뭔가?


▶중국판 '아내의 유혹' 찍으러 간다. 내일 모레면 떠난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신불사' 끝나고 딱 나흘 쉬고 다음 작품을 찍게 됐다. 제작자가 내가 중국에서 출연한 전작을 보고 '한국 여자의 한이 있어야 된다'며 캐스팅을 고집했다고 하더라. 장서희 언니도 훌륭하게 해냈지만 나도 나만의 민소희를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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