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본은 식상하다, 감동의 메이킹필름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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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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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슈퍼스타K2'가 장안의 화제다.


무려 14%의 시청률을 보인 지난 17일 방송분에서 톱11 중 김소정 이보람 김그림 등 3명이 탈락했다. 143만명의 참가자들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각양각색의 진검승부를 벌인 끝에 결국 8명이 살아남은 것. 이들 또한 앞으로 방송 5주 동안 최종결전을 벌여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역시 독설에 가까운 심사위원들의 평을 견뎌내며,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참가자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는 데 있다. 시청자들의 질타 속에 결국 탈락한 김그림, 어렵게 톱11에 들었다가 끝내 눈물을 흘린 카이스트 출신 김소정 등. 이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프로젝트 런어웨이'의 살 떨리는 매력과 거의 동일 지점에 있다.


그런데 만약 시청자들이 이들 프로그램의 완성본만 본다면? 본말과 기승전결 모두 거세하고 '전국노래자랑' 결선의 '땡' 소리마냥 당락과 진퇴를 단 한 번밖에 볼 수 없었어도, 그리고 그 결과가 프로그램의 모든 것이었어도 이처럼 높은 인기를 끌었을까.


'무한도전'의 WM7 프로레슬링 프로젝트가 막판 숙연에 가까울 정도로 시청자들의 커다란 찬사를 받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모두 11회나 방송을 탔던 이 장기 프로젝트 초반, 프로레슬링 연습에 집중하지 않던 멤버들의 한심한(?) 모습, 이를 지켜본 '코치' 손스타의 허탈한 표정, 경기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뇌진탕 증세를 호소한 정준하의 안타가운 모습 등이 차곡차곡 화면에 비추지 않았다면?


사실 '무도'는 이러한 '메이킹 필름'에 진작 눈을 뜬 영리한 프로그램이다. 다들 기억하시지 않는가. 경기 후 박명수 유재석 정준하 세 멤버의 눈물에 덩달아 눈물을 훔쳤던 노홍철 전진 정형돈의 진정을. 사실 결과만 본다면 '봅슬레이' 특집은 '무도 팀, 2009 봅슬레이ㆍ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결국 '땡' 이 한 줄-한 단어 아니었나.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도 매한가지. 악보를 볼 줄도 몰랐던 멤버들이 박칼린 감독의 지도 아래 조금씩 성장하고 교류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래서 이들이 지난 3일 실제 합창대회에서 참가 20팀 중 장려상을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이 프로그램을 챙겨 보려는 게 아니었나.


하긴 '남자의 자격' 신원호PD가 지난 8월 말 진작 콕 짚어 말했다. "거창하게 무엇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연습해온 것만큼만 최상의 하모니를 보여드리고 싶다."


결국 요즘은 메이킹 필름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모든 게 완벽에 가까운 번지르르한 완성본보다는, 촌스럽고 더디고 상처투성이어도 진정과 눈물과 땀이 베인 메이킹 필름을 감상하는 재미. 1등만이 칭찬의 모든 것을 가져가는 완성본보다는, 꼴찌였어도 야단과 칭찬과 격려와 질시가 뒤범벅된 메이킹 필름을 성원하는 의리.


그래서 영화 '국가대표'나 '우생순'의 눈물겨운 패배에도 관객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월드컵 국가대표 경기의 MBC판 메이킹 필름에 다름 아니었던 '이경규가 간다'는 수십, 수백번을 봤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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