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화요일의 국민 드라마, 자이언트가 30%를 넘는 시청률로 멋진 종영을 했다. 처음엔 10%라는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국민 드라마가 됐고, 마지막회 역시 시청률뿐만 아니라, 잔잔한 감동까지 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솔직히 처음엔 ‘자이언트’에 별 관심이 없었다. 막 떠오르는 신인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드라마도 아니요, 통통 튀고 발랄한 트랜디한 드라마도 아니니 ‘본방 사수!’ 결심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런데, 초반 어느 날 무심코 별 생각없이 리모콘을 돌리다 시청하게 됐는데, 이게 웬일인가! 도대체 눈을 뗄 수없는거다. 극의 내용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면서 바로 다음 장면, 또 다음 장면을 계속 기대하게 만드니 궁금해서 다른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 어디 이뿐인가! 주연 배우에서, 조연 배우, 모든 배우들의 열연, 그들이 극중 캐릭터와 완벽하게 하나게 되는 모습은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특히 자이언트에서 돋보였던 배우는 주인공 이범수였다. 물론 다른 배우들 역시 완벽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그의 출발(?) 때문이다.
출발이라니? 뭔 얘기? 하실 분들에게 빨리 얘기하겠다. 이범수란 이름의 배우가 살짝 보이기 시작했던 건 코믹한 영화에서였다. 그것도 주연이 아닌 조연말이다. 물론 모든 신인 배우들이 단역에서 시작하는 게 당연한 얘기지만 그는 좀 달랐다.
코믹 배우라는 확실한 이미지가 좋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지하고 로맨틱한 배역에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단 얘기다. 그러니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범수 출연’일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코미디인가?’라는 것과 동시에 ‘주인공은 누구지?’라며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당.연.히. 주인공일 것이라는 선입견이었단 말이다.
그랬던 그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버럭범수로 그 동안의 이미지를 확 벗었고, ‘온에어’에선 의리있는 매니저 역할로 조연 배우에서 주연 배우로 굳히기를 했다. 그러더니 ‘자이언트’에선 더욱더 깊이감있는 연기력으로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솔직히 그가 소름끼치게 잘생긴 조각같은 외모의 배우도 아니요, 그렇다고 근육짱, 키짱, 몸짱이 배우도 아닌, 평범한 외모에 작은 키를 가진 배우 아닌가.
그런 그가 ‘자이언트’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그 어떤 주연 배우들보다 빛이 났으며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어찌보면 이범수야말로 체구와 달리 내재된 힘은 ‘자이언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담 단순히 연기만 잘해서 지금의 그가 됐을까? 아니라고 본다. 왜? 좋은 배우는 평소의 진정성이 연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의 지인들에게 들은 실제 그의 모습을 보면, ‘자이언트’의 이강모 같은 모습이 있다고 한다. 의리있고, 정직하고, 선을 추구하는 이강모 같은 모습 말이다.
가끔 방송에서 보여지는 코믹한 그의 모습과 달리, 평소 그는 점잖고 겸손한 의리의 사나이란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한 친구가 열정은 충만하나 돈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었을 때 선뜻 거액의 돈을 줄 만큼 말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고, 한국 영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다고. 이범수,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알진 못하지만, 평소 이런 모습들이 ‘자이언트’의 이강모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게 아닐까 싶다.
자, 어쨌든 발라드 가수가 갑자기 댄스 가수를 하고, 힙합 가수가 갑자기 재즈를 부르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처음에 가진 자신의 이미지를 확 벗어던질 만큼 노력한 진정한 자이언트, 이범수에게 감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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