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면 "명품조연? 난 살아남은 배우"(인터뷰)

발행:
하유진 기자
'신의퀴즈2' 제작발표회 박준면ⓒ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신의퀴즈2' 제작발표회 박준면ⓒ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배우 박준면.


고1때 처음 연극의 맛을 본 후 다음 해 바로 극단을 들어갔다. 극단을 따라 전국을 다니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았다. 남들 다 공부에 매진했을 고3 때 그녀는 처음으로 정식무대에 섰다. 연극 '오방 해원굿'의 '마을사람3' 역할. 그런 그녀가 벌써 출연한 연극·뮤지컬 작품만 20개, 드라마·영화를 합쳐 36편에 달하는 연기 17년차의 '배우'가 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3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준면을 만났다. 촬영이 없어 노 메이크업으로 나오겠다고 선언했던 그녀는 편안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그녀에게 최고의 장르는 무엇일까.


"제일 어렵고 두려운 곳이 무대다. 마음을 많이 비워야 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시기도 하고 스스로 자양분이 된다. 잗르마다 매력이 있는데 영화는 공예품처럼 잘 빚어야 한다. 계속 다시 찍어서 최고의 장면을 향해 간다. 드라마는 현장이 전쟁터처럼 치열해서 순발력이 많이 필요하다."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한 명품 조연배우들이 각광받고 있다. 연기경험 뿐만 아니라 그간 입담까지 탄탄했던 그들. 박준면 역시 오랜 연기경험 만큼 입담도 풍부했다. 여자 명품조연배우 명단이 있다면 충분히 이름을 올릴 법 한데.


"저는 명품조연배우는 아니에요. 그냥 살아남고 있는 사람입니다. 써 주시면 찾아가는 조연배우에요."


박준면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요즘 뮤지컬 주인공 하려면 가수 데뷔하면 되는구료. 참고로 임정희씨는 가수로써는 팬입니다만, 쩝!"이란 글을 올렸다. 원래 연극과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한 그녀. 뮤지컬에 대핸 정말 할 말이 많다며 묵직한 얘기를 시작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검증 안된 아이돌 뒤에서 조연하기 싫다. 제가 신인일 때는 무대를 한번 서는 게 너무 힘들었고 무대를 밟는 것만으로도 감격적이었다. 그때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마이크 차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인기 있고 음반 냈다는 이유만으로 무대에 오른다. 조연은 주연을 빛나보이게 도와주는 직업인데 정말 힘들다. 공연계만큼은 진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3~4년 전만 해도 공연문화가 활성화돼야 하니까 뮤지컬의 저변화를 위해 스타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심지어는 팔다리만 멀쩡하면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말까지 돌았으니…"


얘기를 거듭할수록 그에게서 깊은 삶의 철학이 느껴졌다.


"좌우명이 '기대하지마라'다. 일이든 사람이든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하니까 그런 걸 많이 느낀다. 드라마는 현장에서 연기를 못 해도 용서되는 게 있다. 인기 많고 잘생기고 이쁘면 넘어간다. 드라마는 인생이자 사회인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


'신의퀴즈2' 조영실 역 박준면ⓒ사진=OCN 제공

사실 '신의퀴즈' 시리즈는 그녀가 그간 택했던 작품과는 거리가 있었다. 처음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대본이다. 대본이 좋으면 현장 분위기가 안 좋거나 출연진, 감독과 문제가 있어도 대본의 힘으로 갈 수 있다. '신의퀴즈'는 처음에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대본이 좋으니까 그 힘으로 갔다. 박재범 작가님에 대한 신뢰도 있다."


'신의퀴즈2'에서 그녀가 하는 대사, 만만치 않다. 전문 의학용어부터 시작해서 신체 곳곳의 명칭을 다 알고 있어야 하니, 원형 탈모가 생길 지경.


"브리핑이 많은 역할이라 힘들다. 그래도 대사가 많아서 좋다. 촬영 전날에 시험공부 하듯이 동선을 느껴가며 정말 열심히 외운다. 특히 제가 서울 출신인데 '조영실'은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두 배로 힘들다. 아는 경상도 출신 지인분께 경상도 사투리로 녹음을 받은 다음 그걸 들으면서 외운다. 그래도 아직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신의퀴즈2'에는 윤주희, 이설희 등 미녀배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미모 담당은 박준면이라고. 그녀는 당당히 얼굴은 자신이 1등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심이다. 난 '신의퀴즈2'에서 미모로 밀어붙였고 현장에서 '미모 담당'이 됐다. 촬영현장 가면 제작진들이 다들 '미모 담당 왔다'고 하신다. 그래서 (윤)주희가 '언니 때문에 미모를 뽐낼 수가 없다'고 푸념할 정도다."


함께 출연 중인 배우들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주희는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는 친구다. 아직 배우로서 그 친구의 베스트(최고)를 본 것 같진 않은데 인간적으론 괜찮다. 사람이 괜찮으니 배우로서도 오래 갈 것 같다."


"류덕환은 훌륭한 친구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경험은 20년차로 나보다 선배다. '신의퀴즈2'의 주인공이니 짐이 무겁다. 항상 준비 많이 해오고 분석해 온다. 배울 점이 참 많은 친구다."


"새로 합류한 이설희는 앞으로 더 기대된다. 무대는 연습을 할 수 있는데 드라마는 연습 없이 바로 들어간다. 연기력과 상관없이 드라마에서 살아남으려면 깡, 기가 필요하다. 설희가 오랜만에 큰 역할을 맡아 아직 기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앞으로 더 호흡을 맞추다 보면 더 성장할 것이다."


그녀는 '신의퀴즈'가 시즌제로 확고히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케이블인 장점을 살려 어중간한 것 없이 더 마니아틱하게, 막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났다. 노트북을 덮고 와인을 시켰다. 배우 박준면이 아닌 그냥 인간 박준면으로서 전하는 말들은 더욱 진솔했고 깊었다. 그녀가 앞으로 펼칠 연기,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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