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쿨하지 못해서 민폐야!"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미치도록 운다. 매달려도 보고, 달래도 보지만 한번 돌아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멀리 멀리 간다. '쿨못남녀'(쿨하지 못한 민폐형 남녀), 이들의 속사정이다.
안방극장 쿨하지 못한 인간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애정만만세'에는 대표적인 '쿨못남'이 등장한다. 진이한이다. 자신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준 아내 이보영 몰래 어린여자 한여름과 정분이 났다. 결국 한여름과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아내 이보영은 재산을 모조리 빼앗긴 채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더 기가 막힌 상황은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보영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점. 이보영은 연하의 멋진 변호사와 미래를 꿈꾸고 있는 상황. 한마디로 진이한의 '찌질한 원맨쇼'가 펼쳐지고 있다.
심형탁도 만만치 않다. 심형탁은 MBC 주말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에서 아내 서영희 몰래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다 또 들켰다. 결국 이혼 서류에 마지못해 도장을 찍었다. 내연녀 이자영은 숙려기간임에도 불구, 아예 짐까지 싸서 집으로 들어왔다. 예전처럼 말 잘 듣던 아내를 달래서 가정을 유지하고 싶지만 이미 서영희는 결혼과 동시에 손을 놓았던 자신의 일을 되찾았다. 심지어 서영희 옆에는 돈 잘 벌고 잘생긴 연하의 지현우까지 있다. '쿨못남' 심형탁, 지현우에게 달려가 주먹까지 날리며 씩씩거린다.
이 드라마에는 '쿨못녀'도 등장한다. 차수연이다. 지현우의 과거 여자다. 결별 당시 이유는 차수연에게 있었다. 지현우는 차수연에게 버림받고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쿨못녀' 차수연, 이제 와서 돌아오라고 난리다. 지현우가 사랑하는 서영희를 미치도록 증오하며, 어이없는 이유를 들며 들들 볶는 직장상사다. "애 딸린 이혼녀가 감히 누굴 넘봐"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차수연과 비슷한 '쿨못녀'는 MBC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에도 등장한다. 손가영이다. 과부 신애라와 그룹 후계자 박윤재의 사랑에 뒤늦게 뛰어들어 제대로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심지어 박윤재는 손가영이 과거 자신과 결별 당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아픔을 알게 돼 마구 흔들리고 있다. 현재 신애라, 박윤재, 손가영의 얽히고설킨 애정의 줄다리기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이들은 시청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지만 사실상 없어서는 안될 존재감이 있다. 이유 있는 민폐다. 왜일까. '쿨못남녀' 캐릭터가 존재함으로 인해 이들에게 버림받고, 상처 받았던 주인공들의 사랑이 더욱 애틋해지기 때문이다. 즉 '쿨못남녀'의 쿨하지 못한 언행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주인공 커플을 향한 시청자들의 측은지심은 배가된다는 얘기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 나쁜 남자 혹은 나쁜 여자가 갈등을 야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요즘은 '나쁘다', '좋다'로 판단할 수 없는 쿨하지 못한 인간 캐릭터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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