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결산하는 12월. 대다수의 영화 시상식들은 12월에 앞서 일찌감치 한 해를 결산하곤 한다. 빛나는 스타들이 시상식 무대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환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한 해 빛나는 활약을 펼쳤지만 시상식에서는 무관의 설움을 맛봤던 스타들이 있다. 하지만 너무 서운치 마시라. 관객들은 기억한다. 당신들의 활약을, 그 진심을.
◆'도가니'의 진심..공유의 진심
세상을 분노케 한 영화, 그리고 세상을 바꾼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공유가 아닐까. 군 복무 중 봤던 읽은 한 권의 소설을 읽지 못하고 소속사에 영화화를 제안한 것도, 만만찮은 주인공 역할을 자처한 것도 바로 그였다. 그 진심이 영화를 만들게 했고, 467만 관객이 본 대박으로, 세상의 변화로 이어졌다.
"눈 감고 휘둘렀는데 홈런"이라는 막강한 흥행력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다만 그 '진심'이었다. 세련미 넘치는 커피 프린스를 기꺼이 포기하고 덥수룩한 모습의 장애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분한 공유는 나약하지만 결코 세상의 정의를 포기할 수 없는 남자의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비록 올해 그는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분노하는 배우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만년 기대주 드디어 꽃폈다..윤계상
god 출신의 연기자. 끊임없이 자신을 따라다녔던 꼬리표을 벗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배우. 윤계상이 드디어 만년 기대주에서 벗어났다. 올해 여름 개봉한 '풍산개'(감독 전재홍)을 통해서다. 김기덕 사단이 만든 이 기묘한 분단 드라마에서 윤계상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의문의 사나이로 등장, 극 전체를 이끌었다. 실제와 판타지가 뒤섞인 듯 한 설정과 인물, 쉽지 않은 촬영 조건이었지만 해냈다.
영화는 7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의미있는 흥행을 기록했다. 동시에 배우 윤계상도 재평가를 받았다. 그는 비슷한 시기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이어 '지붕뚫고 하이킥'에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의 맛을 만끽하는 동시에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지만 윤계상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수상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날 그의 표정은 유난히 환했다.
◆소녀들의 역습..강소라 심은경 민효린
남자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올해 스크린이지만 그녀들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바로 '써니'의 소녀군단, 강소라 심은경 민효린이다. 세 사람은 고교시절 7공주의 추억담을 경쾌하고도 호소력 있게 그려낸 흥행작 '써니'에서 개성만점 여고생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을 제 몸처럼 그려낸 생기발랄한 그녀들은 그 자체로 '써니'의 매력 포인트였다.
영화는 무려 737만 관객을 불러모았고, 덕분에 존재감이 미약했던 이들 10대 20대 여배우들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졌다. 세 여배우는 코미디 영화에 대해 유독 평가가 짠 우리나라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써니들은 영화계 드라마계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강소라, 민효린 등은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며 연이어 신작에 들어갔다. 그들의 활약은 201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만추'의 그를 어떻게 잊어..현빈
그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해병대원이 틀림없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대박을 친 직후 군에 입대했지만 여전히 그의 소식으로 연예가는 시끌시끌하다. 마라톤 대회부터 인도네시아 출장까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 배우 현빈이다. 그러나 그를 드라마 한 편으로 대박난 꽃미남 스타로 평가하는 건 뭘 모르시는 말씀이다. 지난해 말 헛헛한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던 영화 '만추'(감독 김태용)에서 그는 적당히 속물적이고 적당히 능글맞은 남자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떨림을 그리며, 꽃미남 스타 현빈이 아닌 배우 현빈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렸다.
함께 출연한 탕웨이가 외국인 최초로 한국에서 여우주연상을 거푸 수상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 비해 현빈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병대원이라 시상식에 나와 화제를 모아줄 수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을 터다. 그러나 '시크릿가든'의 까도남 이전에 '만추'의 멜로남이 있었음을 어찌 잊으랴. 그가 전역하는 내년 말까지도 그 여운은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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