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의 예능TV는 복고가 대세였다. 어디서나 추억이 넘실댔다. 가수들은 흘러간 옛 노래를 불렀고, 진한 레트로 화장에 알록달록 복고풍 의상을 입었으며, TV는 옛 프로그램을 부활시켰고, 잊을 뻔 했던 스타들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추억으로 가는 예능TV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재조명과 우려먹기는 한 끝 차이라지만 그 차이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일이다.
톱 가수들의 양보 없는 노래 경연 MBC '나는 가수다', 뒤이어 탄생한 KBS 2TV '불후의 명곡2'는 올해 복고 바람을 견인한 대표적인 두 프로그램이다.
'나가수'의 순위를 정하기 아까운 가수들은 무대에 올라 한국 가요의 전성기 시절의 노래를 열창했다. 톱 가수들이 부른 리메이크들은 음원시장을 강타하기도 했고, 한국가요의 거목 조용필, 산울림의 노래가 특집으로 울려 퍼지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2' 또한 다르지 않다.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심수봉을 시작으로 송골매, 남진, 김완선, 김수철 등의 명곡을 다시 불렀다.
아이돌 음원의 홍수 속에서 두 프로그램의 등장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임재범을 비롯해 김경호, 김연우, 김범수, 박정현, 김조한, 장혜진 등 수많은 가수들이 재발견됐다. 그저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젊은 가수들은 노래하는 가수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화제를 모은 예능인들의 면면도 복고와 무관하지 않다. 12년 만에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로 화려하게 컴백한 주병진은 여전한 입담을 과시하며 1대1 공개 토크쇼의 시작을 알렸다. 신사 주병진을 내세워 예의있고, 의미있는 토크쇼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룰라 출신 고영욱을 비롯해 '옹달샘' 박수홍 김수용 등 한동안 예능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물들이 의외의 폭소를 안기기도 했다.
사라졌던 프로그램들이 되살아난 경우도 있다 KBS와 SBS는 폐지됐던 장수 프로그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진실게임'을 각기 새롭게 선보였다. '청춘불패'도 1년2개월 만에 되살아나 시청자들을 만났다.
제작진은 쇄신을 내세웠다. '사랑과 전쟁2'는 전문가 위원회를 내세워 솔루션 제시에 나섰고, '진실게임2'는 진짜가 아닌 가짜 출연자를 찾는 식으로 포맷을 변경했다. '청춘불패2'도 어촌으로 떠나 체험 부분을 보강했다.
그러나 예능 전반을 뒤덮은 복고는 아이디어 고갈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부부클리닉2'와 '진실게임2' 등 소재가 고갈되고 수명을 다했다는 판단 아래 또 폐지됐던 프로그램의 새로운 탄생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기대 속에 방송된 '주병진 토크 콘서트' 경우도 초반이기는 하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능 PD는 "이것저것 새로 한다고는 하는데 막상 공개하고 보면 새로운 게 없는 경우를 본다"며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모험보다는 안주를 택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방송가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제작비를 줄이고 위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비교적 안전한 프로그램, 출연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꼬집는다. 스타 예능 PD들이 연이은 종편행도 이 같은 경향을 부추겼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새 포맷을 개발하는 대신 과거 검증받았던 프로그램들을 베끼기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TV를 보는 주요 시청자들이 중장년층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여기에 프로그램이 안착하기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졌다는 점 역시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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