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여배우에게 제일 힘든거? 연애 아닐까요"(인터뷰)

발행:
김현록 기자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왕년의 걸그룹 센터 DJ..이민정 인터뷰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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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의 첫 한국 영화, 1월 5일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디오'(감독 권칠인)에서 이민정은 제멋대로 DJ 신진아가 됐다. 10대 시절 잘나갔던 왕년의 걸그룹 멤버지만, 지금은 자신이 잘 못나간다는 걸 쉽사리 인정 못하는 찬밥 연예인이다. 스무살을 훌쩍 넘겨 늦깎이 데뷔, 지금 가장 '핫'한 여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이민정과 신진아는 꽤 간극이 커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우려를 상큼하게 날렸다. 뚜껑을 열어젖힌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민정은 못말리는 무개념 연예인를 능청스럽게, 음악에 마음을 여는 순수한 아가씨를 애틋하게 그려낸다.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엇보다 따뜻한 이야기여서 이 영화가 좋았다"고 털어놓는 이민정. 그녀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이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꼭 들어맞는 주인공이었다. 밤새도록 음악을 들으며 김광식과 김현식을 이야기해도 좋을, 심야 라디오 방송에 까르르 웃으며 걸그룹의 댄스곡을 흥얼거려도 좋을, 그리고 씩씩하게 거리를 걸으며 그 따뜻함을 나눠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여배우.


"어떤 시니컬한 분은 '뻔한 스토리' 아니야 그렇게 말하시더라고요. 그건 알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언제나 고전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반전 드라마나 대박 스릴러가 아닌 이상, 사람들로 인해서 따뜻함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게 바로 고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가 재밌으셨다면, '역시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군요!' 그러는 거죠.(웃음)"


'원더풀 라디오'는 라디오와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휴먼 드라마다. 정신 못차리는 한물 간 연예인도, 등장만 하면 찬바람 부는 PD도 결국은 성장한다. 여기에 현실에 발을 꼭 붙인 이웃들의 사연이 곁들여진다. 김현식과 김광식을 구분 못하는 게 대수냐 싶은 여자와 이를 참을 수 없는 꼬장꼬장한 남자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꽃보다 남자', '그대 웃어요', '시라노; 연애조작단' 같은 이민정의 유쾌한 출세작들이 떠오른다.


(사실 이민정은 '그대에게 부르고 싶은 노래'로 고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를 첫 손에 꼽는 열혈팬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김광석의 노래 테이프를 찾아 들었고, 더 커서는 전곡을 새로 사서 들었다. 영화 곳곳에 들리는 김광석, 김현식의 노래도 이민정이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한 몫을 했다. 도중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올 땐 그만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비록 영화에선 잘렸지만.)


"대중적인 편이죠.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좋아했고요, '수면의 과학'이나 ''500일의 썸머', '이터널 썬샤인'도 잘 봤지만 대중 영화들도 아주 재밌게 봐요. 따뜻한 느낌이 좋아요. 특히 이 작품은 저 말고도 광수나 김정태 선배님이 웃음을 살려주실 테고, 그거 아니래도 음악이 마음을 열어줄 테고, 그거 아니래도 사람들 사연들이 마음을 열어줄 테고, 그 다음엔 제가 기다 날다 추락도 하고… 뭐 하나는 꽂히지 않겠어요. 아 잘돼야 돼요."


ⓒ임성균 기자 tjdrbs23@


덕분에 초반 무개념 연예인 역할도 '내가 언제 또 해보랴' 싶어 신나게 했다. 이민정은 "처음엔 더 제멋대로에 더 오버하면서 했어요"라며 "망나니가 철들어야 하니까 초반엔 최대한 재수없게 해야지! 하면서"라고 통쾌해했다. 언변도 거침없다. 그녀와 인터뷰한다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다들 '이민정 진짜 예쁘냐'고 급 관심을 보였건만, "카메라 마사지의 위력"과 "잘라낼 수 없는 볼살"을 실감했다며 듣는 사람을 폭소케 했던 그녀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스크린의 '여신'은 아니었다. '화면이랑 똑같다'던 내 대답은 절반만 맞았다.


"화면이랑 똑같은 게 정말 다행이에요. 예전엔 화면이 너무 안 나와서… 넙대대해 보이고 그랬어요. 저희 아버지가 방송에 처음 제가 나오는 거 보시고 '그런데 넌 언제 나오니', '쟤가 너는 아니지?'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말을 다 더듬게 되더라고요. 더 예쁘게 나오기는커녕 내 얼굴이 나와야 뭔가 표현을 하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어요. 문제가 볼살(!)인 건 확실했는데, 그걸 잘라낼 수 있는 거도 아니고. 그 볼살이 뼈인 줄 알았던 적도 있었어요. 그 때보다 2∼3kg 빠지긴 했지만 확실히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있나 봐요. 요새도 찍으면 처음 한두 시간은 여전히 붓고 이상하게 나오다 그 다음부터 괜찮아져요."


이번 영화로 '여신'을 맨바닥에 내려놓겠다고 다짐했던 권칠인 감독도 그녀를 곁에 두고 보면서 알아챘을 거다. 권 감독은 그녀를 보며 '길을 정말 잘 걷는다'고 감탄했다 한다.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지 못해 결국엔 매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사람많은 길을 빠져나가는 여배우들이 많은 탓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서는 '메뉴가 닭도리탕에 떡볶이라고?'라며 냉큼 밥차 곁에 앉아 식사를 해치우는 그녀를 보고 놀란 스태프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여신' 이민정은 이미 세상에 발을 꼭 붙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저도 뒤늦게 알았어요. 아 그게 좀 다를 수도 있겠구나. 저는 데뷔를 늦게 했잖아요. 스무살도 되기 전에 데뷔해서 오래 배우로 살면 또 달랐겠죠. 저는 아직도 과도기? 적응기간? 그런 것 같아요. 친구들도 오래 만나다보니까 제가 연예인이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친구랑 백화점에 갔어요. 사람들이 몰리니까 친구가 그래요. '누구 왔나보다.' '그게 아니고 나야, 나' 그래도 '흥' 신경도 안써요."


"연애는 안하냐구요? 여배우에게 제일 힘든 게 연애 아닐까요. 사실 연애 말고 다른 건 다 운용할 수 있는 나이죠. 스무살 때였으면 저도 '친구랑 놀아보고 싶어요' 이랬을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스무살 때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막걸리집도 가 봤고, 동대문 쇼핑도 하루 종일 해봤고, 재밌게 놀았어요. 에휴, 여배우들이 사랑연기를 하려면 연애를 안하면 어떡해요.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려워요.(웃음)"

ⓒ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민정의 내년 계획, 바람을 물었다. 새해의 시작이야 영화 홍보와 함께 쉴 틈 없이 흘러갈 테고, 그녀의 첫 바람은 물론 영화가 잘 되고 다음 작품을 잘 하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 다음이 궁금했다. 그녀의 다짐은 소박했다. 새해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고 싶고요, 무엇보다 조금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싶어요. 일적인 거 뿐 아니라 개인적인 것들도요. 가만히 있다보면 그냥 밥이나 먹고 자고 싶고 그러잖아요. 그러지 말고 못했던 요가도 좀 하고 못 본 영화도 보고 풍성하게, 도전적으로 그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새해에는 더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을 일이 많아지면 더 좋지요. 모두들 활짝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랄게요.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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