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틱 코미디의 품격을 보여준 '신사의 품격'에 없었던 세가지는?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극본 김은숙·연출 신우철)이 12일 2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몰랐던 아이가 나타나거나 빚을 지고, 사별한 아픔때문에, 바람기 때문에 가지각색 이유로 위기에 처했던 4커플은 이를 이겨내고
'신사의 품격'은 시리즈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PD 콤비가 화합해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작품. 40대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솔직한 입담과 공감가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자로잡았다. 무엇보다 다음 세가지가 없었기에 드라마의 품격이 더욱 높아졌다.
◆캔디는 가라..민폐 여주인공 없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여주인공 4인방 서이수(김하늘 분), 홍세라(윤세아 분), 박민숙(김정난 분), 임메아리(윤진이 분)가 각자의 개성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숙녀의 품격'이기도 하다.
도진은 아들이 있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차마 이수를 잡지 못하고 이수는 그런 도진의 모습에 처음엔 실망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수는 "나 지금 용기 내는 것 안 보이냐. 이정도 했으면 따라오는 시늉은 해야 되는 것"이라며 자신이 받았던 대로 도진에 구두로 프러포즈, 조건과 상황을 따지지 않는 진정한 사랑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최윤(김민종 분)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준 임메아리도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메아리는 최윤의 아내 기일날 납골당을 찾아 "언니 너무 죄송하다. 어제는 오빠랑 오붓하게 둘이 계시라고 오늘 왔다. 이런 말 하면 제가 너무 나쁜 거 알지만, 윤이 오빠 좋아하는 거 허락해주시면 안되냐. 윤이 오빠도 나 좀 좋아하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눈물과 함께 절절한 마음을 고백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해 연인 태산을 걱정하게 만들고, 결혼에서도 이기적인 태도를 보였던 홍세라(윤세아 분)도 감춰진 속내를 드러내면 시청자들이 다시 보게 된 캐릭터. 세라는 빚 때문에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할 처지에 처하고, 차를 저당 잡히면서도 태산에게 일절 말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돈으로 남편을 얻은 안타까운 아내처럼 보이기도 했던 박민숙(김정난 분)은 극이 진행될수록 따뜻한 마음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진면목을 보여줬다. 민숙은 빚 독촉에 시달리던 세라가 찾아와 도움을 청하자 군말 없이 돈을 빌려주고, 이수의 제자 김동협(김우빈 분)의 뺨을 수차례 때린 한 학부모로부터 동협이 사과를 주고받게 해주는 능력있는 왕언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악역 없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는 실수를 하고 사고를 치기도 하는 캐릭터들은 있지만 악역은 없었다. 40대에도 여전히 사랑 앞에선 서툴고 상대를 아프게도 하는 극중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냈다.
김도진은 외모와 능력을 갖춘 고고한 모태독신이지만, 친구들 앞에선 한 없이 어린아이 갖고 때로는 허당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며 '불혹의 귀요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임태산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듬직하고 남성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여자친구 홍세라를 위해서 대학생 같은 옷차림으로 나타나 즐거움을 선사할 줄 아는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아내와 사별하고도 결혼 반지를 빼지 못하는 순정남 최윤은 소녀시대 수영 앞에서는 팬임을 자처하며 춤동작을 따라하며 망가짐을 불사했다. 바람둥이 이정록은 친구들 앞에서는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다가도 아내 박민숙에게는 쩔쩔매며, 결코 밉지않은 캐릭터를 보여줬다.
여주인공들도 마찬가지. 친구 이수를 질투해 심술을 부리는 세라 역시 그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고, 극중에서 '청담동 마녀'로 불리는 박민숙 마저 실상은 철없는 남편 때문에 속끓이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신사의 품격'은 선과 악의 구도로 나누는 대신 실수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질투도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냈다. 갑자기 나타나 도진과 이수의 사랑에 위기를 선사하 아들 콜린(이종현 분)과 4인방의 첫사랑 김은희(박주미 분)마저도 각자의 사정이 드라마 속에서 잘 드러났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들을 미워할 수 없었다.
◆ 신예 이종현 윤진이도 빛났다..연기력 논란 없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장동건 김수로 이종혁 김민종 등 명불허전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신인들 또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로 조명을 받았다.
임메아리 역의 윤진이와 콜린 역의 이종현은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의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첫연기 도전인데다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 함께 하면서도 주눅 들지않고 호흡을 맞췄다.
윤진이는 출연작이 전무한 신인 배우로 첫 작품은 '신사의 품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오빠 임태산의 친구 최윤을 어린시절부터 짝사랑해온 임메아리로 분한 윤진이는 톡톡튀는 자신만의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이 첫 연기 도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캐릭터 소화력과 개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씨엔블루 기타리스트 이종현은 첫 작품에서 장동건 김하늘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행운을 거머쥐었음은 물론, 시청률이 20%를 돌파하면서 인기에 공헌한 '연기돌'로 등극했다. 부산 출신인 이종현은 연기를 위해 사투리를 고쳤음은 물론, 극중 해외파인 콜린 역을 위해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