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론 억척스럽고 때론 소시민적인 아줌마를 연기하며 사랑받는 감초배우 김희정(43)을 만났다.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국숫집 둘째 며느리 공강숙 역을 맡은 김희정은 남편 엄기춘 역을 맡은 권오중과 부부로 등장해 생활력 강하고 힘 좋은 아줌마를 연기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드라마에서 수수한 모습으로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을 선보인 김희정은 TV에서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평소 털털하고 소시민적인 아줌마 연기를 위해 본인이 직접 간단히 메이크업을 한다는 김희정도 이날만큼은 인터뷰를 위해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직 미혼인 김희정은 드라마에서 결혼한 아줌마 역할로 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주로 아줌마의 수다스러운 코드와 편안한 연기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며 극에 녹아드는 역할이었다. 이에 미혼으로서 기혼자 여기를 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내가 경험해 본 것만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주어진 역할에 대해 조사도 해야 되고. 연구도 해야 되고 그런 거죠. 저 같은 경우는 동네 아줌마들 그리고 아이가 있는 친구들과 많이 섞이려고 노력해요. 아줌마들과 얘기하고 친하게 지내면 그들만의 세계를 알 수 있거든요. 같이 호흡하고 공감하며 어떤 말투를 쓰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봐요. 밥을 먹으러 가도 식당 아줌마 말투를 보고 또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투박하게 사는 모습들을 관찰해요."
아줌마 역할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여배우라면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을 꿈꾸거나 연하의 남자 배우와의 호흡에 욕심을 낼만도 하다. 하지만 김희정은 아줌마 역할이 마냥 좋다며 웃었다
"저는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 주로 중학교 중퇴 혹은 고등학교 중퇴한 아줌마 역할이었어요. 나름 대학물 먹은 여잔데 말이에요.(웃음) 사실 저는 아줌마 역할이 너무 좋아요. 보통 아줌마의 모습을 표현한다는 면에서 제 역할을 좋아해요. 하지만 요즘은 한 가지 역만 할 수 있는 배우보다 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래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아줌마 같지 않은 역할도 하면서 폭을 넓히려고요. 저도 청담동 며느리나 대학 나온 여자 역할 좀 맡게 해주세요.(웃음)"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희정은 탤런트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연극이 좋아서 무대에 올랐다. 이후 취직시험을 치는 마음으로 1991년 SBS 공채탤런트 1기 시험에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KBS 2TV '사랑과 전쟁'에 꾸준히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제가 '사랑과 전쟁'에 계속 나올 때 왜 그걸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때 저는 '우아하게 집에서 드레스 입고 커피 마시면 누가 알아주냐'고 대답했어요. 재연드라마에 출연을 기피하는 배우들도 있지만 저는 얼굴을 비치면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랑과 전쟁'을 통해 카메라 앞에서 1시간씩 극을 이끌어가던 것에 공부가 많이 됐죠. 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드라마 캐스팅이 됐으니 운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놀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서 그나마 이만큼 된 것 같아요.(웃음)"
김희정은 MBC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에 출연하며 김국진과의 러브라인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박미선이 김국진과 김희정을 연결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시초가 된 것. 그래서일까. 이미 4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김희정의 연관검색어로 김국진이 뜬다.
"김국진씨요? 지금 연애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때 물 건너갔어요.(웃음) 그렇게 멍석 깔아주고 벌려놓으면 못하잖아요. 제가 털털한 편이라 김국진씨와 농담도 하면서 잘 지냈어요. 그런데 선우용녀 선생님이 갑자기 둘이 잘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을 하시고 주변에서도 계속 얘기하니까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고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좋은 동료이자 오빠로 만날 수 있었는데 서먹서먹해져서 괜히 같이 못 있겠더라고요. 중매 하실 분들에게 하려면 은근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드라마에서 큰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조용히 극에 녹아들며 편안한 웃음과 재미를 주는 배우 김희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 되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TV에서 저를 보게 되면 '쟤 여기에 나오네'하며 반가워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려구요. 제가 잘해야 되는 게 관건이죠. 사극을 정통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 사극도 하고 싶어요. 지금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연기 할 수 있게끔 공부도 하고 싶고요. 결혼이요? 연기하면서 남편을 수 없이 만나고 있으니까 지금은 일이 먼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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