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르마에 화상 입어 보셨어요?"
MBC 일일사극 '구암허준'에서 의녀 소현 역할로 출연중인 배우 손여은(30)을 만났다. 그는 극중 허준(김주혁 분)을 짝사랑하는 소현 역할을 맡아 단아하고 맑은 이미지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손여은은 사극 촬영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도 요즘 행복하다며 웃었다.
손여은이 맡은 역할인 소현은 지난 1999년 방영된 MBC '허준'에서 배우 성현아가 맡았던 캐릭터. 허준을 남모르게 흠모하고 존경하는 궁궐 의녀로 등장한다. 아무래도 원작의 연기가 있는 역할이다 보니 촬영 전에 신경을 썼을 것 같았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허준'을 좋아했어요.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볼 정도였죠. 그래서 성현아 선배가 연기하는 소현 연기도 봤어요. 그런데 너무 자세히는 안 봤어요. 뭐랄까. 연기를 너무 잘 하셨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나만의 소현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소현이 처한 상황 등을 생각해서 차별화 된 포인트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손여은은 극중 허준과 라이벌 예진(박진희 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허준이 예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 아파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서로를 좋아하는 허준과 예진을 지켜보며 짝사랑 연기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저도 사랑 받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웃음) 짝사랑 연기는 대사로 처리되는 부분보다 눈빛으로 연기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서 내면 연기가 필요하거든요. 내면연기를 이렇게 많이 하게 된 작품은 처음이라서 재밌기도 해요. 소현의 심정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김주혁 선배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쳐요."
손여은은 지난해 방송된 KBS1TV '대왕의 꿈'에서 진덕여왕 역할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연기에 도전했다. 첫 사극인데다가 여왕역할을 역할을 맡아 많이 힘들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이번 연기는 조금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 여름에 사극을 촬영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없을 리 없을 터.
"일단 한복을 입고 촬영하니까 너무 덥죠. 장마철에는 비와서 다 젖어도 그대로 촬영하고요. 무엇보다 사극을 할 때는 가르마를 타고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도 못했는데 가르마가 탔더라고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가르마 부분이 간지럽기에 머리를 너무 세게 묶은 건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화상을 입었더라고요. 한 동안 화상 입은 가르마에서 하얗게 껍질이 일어나고 그랬어요. 그래서 요즘은 빠트리지 않고 꼬박꼬박 가르마에 선크림을 발라요.(웃음)"
사실 손여은은 당초 '구암 허준'의 캐스팅 오디션에서 예진 아씨 역에 지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탈락했고 그렇게 '구암 허준'과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맑은 눈빛을 눈여겨본 김근홍 감독이 손여은에게 소현 역할을 제의해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다.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죠. 소현은 눈빛 연기가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믿고 맡겨주신 덕에 큰 기회를 얻고 연기 할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지금까지는 연기 할 때 한 번도 이렇게 올백으로 이마를 깐(?)적이 없거든요. 항상 앞머리가 있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올백 머리를 하니까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좋고, 저도 모르는 새로운 저의 매력을 발견한 기분이에요."
올해 9년차 배우인 손여은은 연기 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5년 SBS 드라마 '돌아온 싱글' 로 데뷔, 이후 MBC '뉴하트', SBS '찬란한 유산', SBS '드림'에 출연했다. 이름 있는 드라마에도 꽤 출연했지만 강력한 인상을 못 남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KBS2TV '각시탈'에서 극동 서커스 단원 선화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구암 허준'에서 당차면서도 편안한 연기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제가 소속사 문제 때문에 2년 정도 연기를 못했어요. 안 좋은 일들이 생기다보니까 맘고생을 많이 했죠. 그 동안 기회도 많이 없었고, 또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죠. 작품이 없으면 우울해지고 또 신경 쓰이고 그랬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연기에 미쳐있지 않더라고요.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연기에 대해 더 절실한 마음들이 생겼어요. 연기를 좋아하게 되니까 더 절실해지더라고요.
손여은은 그동안 힘들었던 사정을 털어놓은 뒤,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이러지"라며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 동안 연기를 하지 못하며 초조해 했을 마음과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기회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나 봐요. 요즘은 연기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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