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성재(43)에게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는 여러모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두 딸과 아내와 떨어져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인 이성재에게 '수상한 가정부'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모 카페에서 이성재를 만나 배우로서 작품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작이었던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나 아이들과 함께 찍는 신에 대해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고, 최지우가 맡은 주인공 박복녀와의 멜로가 없었던 점도 못내 아쉬워했다.
먼저 이성재는 '수상한 가정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족과 떨어진 것에 대한 결핍을 이 작품이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은상철을 연기하며 아이들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며 '힐링'을 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안 그래도 전작인 MBC '구가의 서'에서 악역을 맡아서 끝나고 정신적으로 좀 예민해져 있었죠. 사극이다 보니 대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좀 있었고요. 당시에는 '구가의 서' 종방연 끝나고 바로 아이들 만나러 캐나다 갔었거든요. '수상한 가정부'는 마지막 편이 방송되기 3시간 전까지 촬영을 했어요. 처음 겪었던 일이었죠. 물론 끝나니 시원섭섭한데 특히나 아이들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다 헤어지게 되니까 보고 싶더라고요."
이성재는 함께 호흡을 맞췄던 4남매인 은한결(김소현 분), 은두결(채상우 분), 은세결(남다름 분), 은혜결(강지우 분)의 모습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첫째 한결이는 정말 딸 같은 느낌이었어요. 요즘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추성훈의 예쁜 딸 추사랑처럼 막내 혜결이도 너무 귀여웠죠. 다만 제가 아들을 키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두결이랑 세결이는 조금 어색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제게 친아빠처럼 친하게 대해줬고요."
이성재는 "한결이가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며 딸들을 떠올렸다"라며 "치마를 짧게 입고 다니는 걸 보니 예전에 두 딸한테 '치마 너무 짧게 입지 말라'고 나무랐던 것도 생각나기도 한다"고 회상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면서 여러모로 가족과 가정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절로 났던 그였다.
그렇다면 그가 연기한 은상철은 이성재가 보기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은상철의 성격에 대해 "그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생각보다 연기하는 데는 쉽지 않았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에서 '가정부 미타'의 4남매 아버지인 나오는 아스다 케이치라는 인물이 굉장히 지질한 인물이라고 해서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원작을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은상철이라는 인물도 연기하기 쉽지 않았던 게 캐릭터가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악역의 이미지도 아니라서 그 톤을 잡는데 애를 좀 먹었어요."
이성재는 "아이들과의 관계나 내연녀 윤송화(왕지혜 분)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은상철이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나가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라며 "제작진과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몇 장면들을 떠올리며 은상철의 행동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았던 부분도 언급하기도 했다.
"4회에서 막내 혜결이가 난간에 앉아 뛰어내리려 하다가 겨우 붙잡으면서 은상철이 뺨을 때리는 신이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았어요. 실제로도 아이들한테 손찌검을 전혀 하지 않는데 당시 촬영하면서도 고민이 많았죠. 첫 회에서도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을 달래줘야 하는 데 애정이 별로 없는 아빠가 무거운 분위기의 장소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요."
이성재는 또한 "만약 내가 은상철 입장이었다면 아이들이 날 미워해서 떠난다고 말하더라도 어떻게든 데리고 함께 살도록 할 것 같다"라며 "은상철이 아이들을 붙잡지 못한 부분만 보더라도 성격이 너무 우유부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재는 이와 함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를 하는 것 자체가 가진 장점이 있더라도 각색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분명 원작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리메이크 작품인 '수상한 가정부'에 대한 그의 솔직한 발언이었다.
"원작이 총 11부인데 비해 '수상한 가정부'는 20부였잖아요. 그래서 분명 후반부를 그려내는 데 있어서 원작과 어떻게 다를까에 대한 생각도 있었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은상철이 박복녀와의 로맨스를 통해 극이 좀 더 밝고 경쾌하게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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