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상반기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대하드라마 열풍으로 몰아놓은 이가 있다. 바로 정현민(44) 드라마 작가다.
정현민 작가는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을 집필했다. 그가 집필한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의 이야기다.
'정도전'은 지난 1월 4일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배우, 연출 그리고 작가까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안방극장에 정통사극 열풍을 다시 몰고왔다.
'정도전'을 흥행으로 이끈 정현민 작가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09년 KBS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당선(가작)되며 작가의 길을 걸었다. 이후 2010년 KBS 드라마 '자유인 이회영'을 통해 데뷔했다. '프레지던트'를 비롯해 드라마 스페셜 '남자가 운다' '올레길 그여자' '수호천사 김영구', '서경시 체육회 구조조정 비하인드 스토리'. TV소설 '사랑아 사랑아'를 집필했다.
정현민 작가는 '정도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주목 받는 작가가 된 정현민 작가를 지난 22일 서울 당산동에 위치한 그의 집필실에서 만났다.
◆"'정도전'은 강병택PD로부터 시작됐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도전'. 이 드라마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에 정현민 작가는 "강병택PD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도전' 연출을 맡고 있는 강병택PD가 대하사극 제안을 했죠. 그 대하사극이 지금의 '정도전'이었어요. 사실 처음에 강PD에게 대하사극 제안을 받았을 때 '일단 정도전이 누구인지 보자. 자료를 달라'고 했어요. 강PD가 준 자료를 보다가 '이거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정도전'을 쓰게 됐어요."
정현민 작가는 '정도전'을 하기 전까지 정도전에 대한 인물을 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 건국에 일조한 위인'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정도전'은 오히려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사람은 알면 알 수록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게 되죠. 제가 정도전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어요. 역사적 지식이 풍부했다면 어느 한 쪽으로 쏠려 정도전을 표현했을 거예요. '정도전' 역시 마찬가지에요. '정도전'이 정치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사전에 역사적 지식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정도전'의 흥행 예감? "자신감은 있었다"
'정도전'은 극중 배우뿐만 아니라 배우가 소화한 역사적 인물까지 매주 화제가 됐다. 방송 초반 10%대 초반에 머무르던 시청률은 극 막바지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개그콘서트'를 앞지를 정도다. 정현민 작가는 이 같은 흥행은 예상이나 했을까.
"시청률 15%만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난 5월 시청률이 19%를 넘더라고요. 기분은 좋았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어요. '기본 이상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어떤 드라마보다 평가가 좋을 것이라는 예감은 했었죠."
◆'정도전' 흥행 일등공신은? "강병택PD"
'정도전'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 작가, 연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정현민 작가가 생각하는 '정도전' 흥행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그는 강병택PD를 손꼽았다.
"'정도전' 일등공신은 강병택PD에요. 그는 '정도전'을 통해 역사적 고증도 확실히 하려고 했어요. 아주 훌륭한 연출가죠."
'정도전'에는 조연부터 단역까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조재현, 유동근, 박영규, 서인석, 임호, 안재모, 박지일, 이광기, 박진우 등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은 '정도전'에 더욱 빠져들었다. 정현민 작가 역시 배우들의 열연으로 '정도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정도전'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최고였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것은 같은 대사라도 배우와 연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대본이 거칠어도 배우(연기)나 연출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강PD에게 농담 삼아 '앞으로 연기 못 하는 배우들과 작품을 못할 것 같아'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정도전'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유행어가 된 이성계의 사투리. "유행 할 줄 알았어!"
정현민 작가는 '정도전'에서 화제가 된 이성계(유동근 분)의 함경도 사투리에 대해 "유행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극중 이성계가 쓴 함경도 사투리 중 일부는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인기였다. 대표적으로는 "아이우다", "이거이 무슨 뜻갑네?", "이보매" 등이 있었다.
"제가 사실 사투리를 좋아해요. 그래서 사투리를 쓰게 됐어요. 또 이 사투리는 이성계가 당시(고려 말)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도 알려 주는 장치에요. 이성계는 원나라에서 태어난 고려 사람, 여진족에 섞여서 살았던 사람이었죠. 당시 고려는 대단히 화려한 사회였다고 해요. 지금의 강남, 청담동 분위기라고 보시면 될 거에요. 그런데 이성계가 여기에 끼게 됐죠. 쉽게 말하면 이성계는 비주류였죠. 다른 이들과 달리 고려에 정체성을 두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성계는 정도전과 혁명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이성계의 이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사투리를 하나의 장치로 쓰게 된 거에요."
이경호 기자 s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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