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정이 어둡다는 말 처음 들어봐요. 하하"
조명이 어두워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짓궂게 표현한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성숙미가 느껴졌다. 배우 황정음(29)의 최근 모습은 이랬다.
이제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고 소개하면 '정말?'이라는 반응이 더 먼저 나올 것 같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꾸준히 지적받았던 연기력을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는 황정음이었다. 지난 26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극본 나연숙 연출 이현직 제작 스토리티비)에서 격동의 1980년대 대한민국에서 끈질기게 고난을 이겨낸 여성 서인애를 연기한 황정음은 "이토록 어려운 드라마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맙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서인애 캐릭터로 살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을 마치고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을 법하다.
황정음을 지난 27일 서울 신사동 모 카페에서 만나 '끝없는 사랑'을 주제로 짧게나마 촬영 소감과 작품에 대한 소견, 캐릭터에 대한 고민 등을 들어봤다.
◆ "성폭행·고문..여배우로서 감당하기 힘든 연기, 하기 싫을 때도"
다짜고짜 지난 26일 마지막 회에서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마지막 회 초반 서인애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박영태(정웅인 분)에게 불법 선거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과 1200억 원 추징을 구형하며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취지의 변론을 했지만, 재판부는 박영태에게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장면을 언급하며 "변론했을 때 대사 처리가 좀 어색했던 것 같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황정음은 "그래서 저 마지막 회 보지 않았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기를 마치고 나서 너무 어색하기도 했고요, 솔직히 그 때는 만족스럽지 못했었죠. 더 민망하기도 했고요. 이 신만이 아니더라도 주요 법정신들이 너무 어려워서 감독님께 '잘 못하겠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할 정도였어요. 제가 봐도 어설프게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배우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황정음은 이어 "오히려 이런 지적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황정음은 또한 '끝없는 사랑'이 결코 쉽지 않은 드라마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1980년대를 살아간 여성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도 그렇고 법, 정치 등 어렵고 딱딱한 소재와 관련 용어를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드라마 촬영을 마치면 항상 책방에 가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법, 정치 관련 책이 유난히 눈에 띄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눈길도 안 갔을 서적이죠(웃음)."
특히 황정음에게 서인애가 겪은 다양한 고난은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연기였다. 소년원을 거쳐 여배우가 되고, 이후 학생 운동에 가담했다 건달에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 사실은 언론에 공개되기까지 했다. 여러 차례 고문도 당했다. 향후 검사가 되서는 정치계 실세 민혜린(심혜진 분)의 계속된 압박 역시 서인애가 겪어야 했던 고통이었다.
"찍기 싫을 때가 정말 많았죠. 아무래도 신나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연기를 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요(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악착같이 연기했어요.
◆ "서인애는 슈퍼우먼..차기작은 무조건 '러블리' 캐릭터로!"
황정음이 생각하는 서인애는 이른바 슈퍼우먼이었다. 1980년대 격동의 세월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황정음에게 서인애가 겪어야 했던 고난과 좌절의 순간들은 결코 연기로 100% 소화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토록 기가 센 여성을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도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멋있게 느껴졌는데 서인애는 감옥에서 책을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힘든 환경 속에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모습들이 그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려 했어요."
황정음은 그래서 더 아쉬워했다. 인터뷰 내내 연기력 부족에 대하 아쉬움은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연기 칭찬을 받다가도 잠깐 실수하는 제 모습을 보면 바보 같게 느껴진단다.
황정음은 이와 함께 차인표, 심혜진, 정웅인 등 선배 배우들이 보여준 깊은 연기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심혜진 선배님은 전혀 무섭지 않으세요. 가끔은 소녀 같은 모습도 보이실 정도죠. 민혜린이 보여주는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함께 촬영하면서 가장 놀라워했던 점이었어요. 차인표 선배님이야 워낙 겸손하셔서 여러모로 많은 걸 배웠고요. 정웅인 선배님은 이번 작품에서 정말 많이 고생하셨어요. 박영태가 소화해야 할 대사도 많았지만 다양한 감정 신을 처리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치열하게 느껴졌죠."
'끝없는 사랑'으로 긴 레이스를 마친 황정음의 차기작에서의 모습은 한 마디로 '러블리'가 될 것 같다.
"완전 밝은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제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요."
황정음은 "이순재, 윤여정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은 35살 안에는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부족하고, 욕심이 많은 그녀였다. 다음 작품에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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