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뉴스가 '스타터뷰'(Starterview) 코너를 통해 연예계에 주목할만한 라이징 스타들을 만납니다. 요즘 이 배우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나요? 이 가수의 노래가 귀에 들린다고요? '스타터뷰'가 추천하는 스타들을 만나보세요. 세 번째 주인공은 tvN 토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열연한 배우 김남희(32)입니다.
1900년대 초 대한제국 의병들의 항일투쟁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를 연기한 김남희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악역 연기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일본 제국주의로 똘똘 뭉친 타카시는 잔혹한 악행을 일삼았고,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번번이 부딪히며 극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특히 드라마 속 타카시의 어눌한 한국어, 영어 발음은 패러디까지 생겨날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
타카시는 강렬했지만 타카시를 연기한 김남희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남희가 TV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를 맡아 연기한 것은 '미스터 션샤인'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tvN '도깨비'에서 단역으로 등장한 게 전부인 점을 생각하면, '미스터 션샤인'이 사실상 그의 브라운관 데뷔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긴 무명생활을 거친 끝에 빛을 발한 김남희,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스터 션샤인' 출연 소감은 어때요?
▶제가 무명배우였는데, 모리 타카시 역할을 통해 처음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어색하고 놀라워요. 정말 너무 감사드리죠. '시청자들이 저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 '괜히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보처럼 보일까' 걱정했나요?
▶어눌한 한국말 연기 때문에 우습게 보일까봐요. 성대모사도 아니고 개그도 아니잖아요. 진지한 캐릭터인데 말투 때문에 의미가 퇴색될까봐요. 또 하나 이유는 못 알아들을까봐요. 전달력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미스터 션사인'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어요?
▶'도깨비' 출연이 인연이 됐어요. 당시 조 감독님과 미팅했고, 캐스팅돼서 단역을 맡게 됐어요. 그때 이응복 감독님이 저를 좋게 보셨는지 '미스터 션샤인'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주셔서 오디션에 가게 됐어요. 처음부터 타카시 역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주셨어요. 사실 저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한국 사람이거든요.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했고, 하나의 기회라고도 생각했어요.
-모리 타카시는 어떤 캐릭터라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타카시는 일본 제국주의 보수의 핵심으로서 정한론을 따르는 일본의 세력 중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이었죠. 서양 문물을 빨리 받아들이고, 조선을 침략해서 일본 내 혼란스러운 정치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선두에 선 캐릭터였어요.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하려 일단 인터넷에 '일본 제국주의' 검색을 시작했어요. 그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와 자료를 찾아봤더니, 타카시는 딱 대한민국 반일감정의 중심에 있을 법한 인물이더라고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저도 한국인이니까 화도 났지만, 악역이 내게 주어졌으니 더 잔인하게 연기하자고 생각했어요. 잔인하게 하면 할수록 애국심이나 역사적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요.
-일본어 연기만큼 어눌한 한국어 연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둘 다 힘들었어요. 일어 연기는 암기 싸움이었죠. 어눌한 한국어는 무한 암기는 아니었지만, 억양을 습득하기가 힘들었어요. 현장에 일본어 선생님이 한국어를 조금 하셔서 그분을 참고했고, 영상으로는 추성훈 선수나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일본 출연자, 유튜브에 나오는 원어민 강사의 한국어 말투나 패턴 등을 파악했어요.
그리고 제 대사에 적용 시키는 훈련을 했죠. 어눌한 한국어도 발음 그대로 대본에 적어서 외웠죠. 게다가 하나의 인물로서 타카시가 갖고 있는 정서를 입히는 게 또 하나의 일이었어요. 작업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타카시로 얻은 유명세 덕에 주위에서 많이 알아보나요?
▶전혀요.(웃음) 일상에서 알아보는 분은 안 계세요. 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 '혹시 맞나요?' 물어보고, 사진을 찍거나 사인 요청하는 분들은 있었지만, 아직 열 분 미만입니다. 하하. 친구들은 많이 축하해줬어요.
-댓글은 보나요?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
▶댓글은 다 봅니다. 극 중 악역인 탓에 전체적으로는 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욕하시면서도 연기 칭찬을 해주시는 댓글들을 보면 뿌듯해요. 재미있었던 반응은 제 결혼 기사 댓글에 '이 반지 니꼬자나'(이 반지 네 거잖아)라고 해 주셨던 게 기억이 나요. 패러디 댓글이 참 재밌더라라고요. 일본인이 하는 어눌한 한국어를 '한본어'라고 하던데, 제 말투를 보고 '한본어'의 창시자라고 하더라고요.
-실제 이병헌 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제가 어린 시절부터 TV나 영화관에서 봐온 사람을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정말 신기했어요. 이병헌 선배님은 정말 젠틀하세요. 연기에 집중하시는 모습도 멋지시고요. 가끔 긴장을 싹 풀어주는 '아재 개그'가 되게 웃겨요.
첫 촬영 때 제가 긴장을 많이 하고 갔는데, 이병헌 선배가 '네가 타카시니, 대사 좀 맞춰보자'면서 먼저 말 걸어 주시고, 별거 아닌데 칭찬도 잘 해주셨어요. 전체적인 촬영 분위기를 다 신경 쓰면서 연기하더라고요. 인간적으로 먼저 다가 와 주시니까 연기 호흡은 자연스럽게 잘 맞았죠.
-극 중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조선에서 유진과 처음으로 재회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제 스스로 연기가 너무 맘에 안 들었어요. 핑계일 수 있지만 전 날부터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았고, 고열이 났고 장염에 걸려서 응급실에 들렀다 촬영장에 갔었어요. 올해 여름이 엄청 더웠는데, 겨울옷까지 입고 말을 타고 연기하려니 힘이 들었죠.
게다가 중요한 장면이어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찍었더니 거의 탈진이 되더라고요. 저 스스로 연기에 집중이 안 돼서 엄청 실망을 했어요. 다행히 스태프들은 '컨디션이 좋았다면 오히려 힘이 많이 들어갔을 것 같다'고 해주셨어요.
-재미있던 건요?
▶음…고생했던 그 날 제가 탔던 말이 너무 말을 안 들었어요. 말도 아침부터 고생했으니까요. 제가 대사를 하려는데 자꾸 움직이더라고요. 말 때문에 많이 NG가 났어요. 결국 말 대신 사다리에 탔어요. A자로 사다리를 세우고, 바스트 컷만 땄죠. 중요한 대사라 흔들리면 안 되니까요. 말 위에서 유진에게 '롱 타임 노씨'(Long time no see)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는데, 아마 풀샷으로 봤다면 정말 웃겼을 거예요.
-경사가 있으시던데요. 29일에 결혼하신다고요. 예비신부와 교제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10년 차 됐습니다. 대학교 두 학번 후배예요. CC(캠퍼스 커플)였죠. 연극영화과였는데, 저는 연기 전공이었고, 여자친구는 연출을 공부했어요. 지금 여자친구는 회사원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드라마 스태프도 해보고 뮤지컬 회사 일도 해 봤는데, 둘 중 한 사람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자고 해서 결정했어요.
-이전에 생계는 어떻게 유지했어요?
▶전공이 연극영화과니까, 주로 무대에서 조명 세팅하는 아르바이트를 해 왔어요. 제가 그 일을 대학교 스무 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서른 한살이 되어서도 하고 있더라고요. 10년이 지났는데 전혀 발전이 없는 것 저 스스로에 너무 화가 났어요. '이제 아르바이트 안 해'하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안 쓰고, 안 사고, 안 먹었죠. 데이트를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소심해지고 작아졌어요.
-'미스터 션샤인' 덕에 새 출발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겠어요.
▶맞아요. 여자친구를 오래 만나긴 했지만, 결혼하면서 공식적으로 함께 새출발하는 건데, 시작이 '어두운데 힘내보자'가 아니고 '이제 힘이 난다'라서 진짜 다행인 것 같아요. 사실 스트레스가 컸거든요.
-배우 데뷔는 언제에요?
▶2011년 졸업하고 독립영화,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죠. 데뷔는 '청춘예찬'이라고 봐요. 2013년 '도깨비' 때도 사실은 잠깐 나오는 의사 역이었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오르진 못했죠. '도깨비' 이후에 소속사를 찾았어요. 그 뒤로 상업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해봤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어요.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난 연극, 독립영화에서나 먹히지 드라마에서 안 되는 사람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슬럼프가 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와이프가 버티고 견딜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도 '도깨비'에 이어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빛을 봤네요.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란 말도 있어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하, 실제로 그런 질문을 작가님께 드려본 적이 있어요. '저는 작가님하고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제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하시고, 감독님 역시도 그 말에 호응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하하. 그렇지만 김은숙 작가님 덕분에 알려지게 됐으니 당연히 감사드리고 언제든지 불러주신다면 바로 달려가야죠!
-이응복 감독, 김은숙 작가는 어떤 분이에요?
▶이응복 감독님은 저게 말도 안 되는 신뢰를 주신 분이세요. 사실 타카시 역할이 저에게 주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교포 분이 할 만한 역할이죠. 한국 배우가 한다고 해도 저보다 인지도 있는 분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경험도 없는 신인인 저를 쓰신 건 분명 감독님이 도박을 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이응복 감독님이 겉으로 예민하고 까칠한 분인데, 속으로는 '믿고 가보자' 해주셨기 때문에 엄청 의리파이신거죠. 저도 그 신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님은 소문만 들었고,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론 옆집 누나 같으셨어요.
-'미스터 션샤인'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일단 타카시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으로 그려져서 캐릭터가 강하게 각인된 거 같아요. 저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품을 할 때는 타카시를 얼마나 지울 수 있느냐의 싸움이 시작될 거 같아요. 득이 되면서 실도 될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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