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끝녀가 임신까지 할 줄은 몰랐다. 끝까지 나올 줄도 몰랐다. 궁으로 초점이 맞춰지면 분량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계속 나오더라. 작가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배우 이민지(30)가 tvN 월화극 '백일의 낭군님'에서 끝녀로 분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백일의 낭군님'을 '유독 정이 많이 든 작품'으로 기억했다.
'백일의 낭군님'은 완전무결 왕세자에서 졸지에 무쓸모남으로 전락한 원득(도경수 분)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남지현 분)의 전대미문 100일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이민지는 극 중 홍심(남지현 분)의 절친이자 홍심의 낭군 원득(도경수 분)의 훤칠한 외모에 감탄하는 끝녀 역을 맡아 연기했다. 홍심과 원득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가 하면, 구돌(김기두 분)과 억지 혼례를 올렸다. 도경수, 남지현, 이준혁(아전 역), 김기두, 허정민(김수지 역)과 '백일의 낭군님' 특유의 정감 넘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백일의 낭군님'은 끝녀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활약이 풍성한 재미를 이끌어냈고, 첫 회 시청률 5.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회 14.1%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지난 10월 30일 종영했다.
-'백일의 낭군님'이 호평 속에 종영했다.
▶ 끝난 게 너무 섭섭하다. 시원 섭섭도 아니고 마냥 아쉽다. 4월부터 시작해서 5개월간 촬영했고, 2개월간 방영하면서 7개월 정도 함께 했는데 너무 정이 많이 들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전부 다 만나기는 힘들다는 생각에 최종회 때는 많이 울컥했다. 연기를 한다는 것도 매번 낯선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지 않나. (김)기두 오빠를 제외하고 전부 처음 뵙는 분들이었는데 다들 성격이 좋으셨다. 송주현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매일 빨리 현장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마지막 때는 작가님도 그렇고 다들 울컥했던 것 같다.
-드라마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참여했나.
▶ 사극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한 번 망설이다가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좋으신 분이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소문이 나셨더라.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 끝녀도 주인공의 친구라는 점에서 정형화 될 수도 있었는데 나름 돌직구도 많이 날리고 매력 있었다. 친구의 남편을 보고 '얼굴 만지고 싶다', '그림 같다'고 말하는 게 재미있었다. 글에 써 있는 웃음 포인트가 명확했다. 궁궐에 계신 분들과 달리 송주현에서는 전통 사극톤을 안 써도 돼서 부담이 덜했고 사극에 대한 진입장벽을 깰 수 있었다.
-김기두와는 MBC '로봇이 아니야'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 '로봇이 아니야' 때는 겹치는 신이 없었는데 이번에 함께 한다는 얘길 듣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현장에서 너무 잘 해줬다. 물벼락, 따귀 맞기 신은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다. 내가 기두오빠 따귀를 때리는 신에서는 한 번에 때리느라 소리가 너무 크게 나는 바람에 NG가 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백일의 낭군님' 출연진끼리 현장 분위기도 좋아 보였다.
▶ 내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어서 연예인 친구가 많이 없는데 다들 먼저 다가와줬다. 아직 단체 메신저방도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 방송 다음날 화, 수요일에는 서로 시청률을 보내줬다.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는 시청률부터 서로 하루 이야기를 전했다. 지현이는 말술이더라.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쫑파티 때도 끝까지 남았는데 다음날 학교에 바로 갈 정도로 너무 멀쩡하더라. 경수도 술을 잘 마시는 것 같다. 나는 경수랑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도 나와 친하다고 생각할까 궁금하다.(웃음) 사람이 남는 걸로 만족하려 했는데 결과도 좋게 나와서 기쁨이 배가 됐다.
-조성하(김차언 역)에 대한 반전 후기가 들리더라.
▶ '구해줘'에서의 연기를 너무 무섭게 봐서 말도 못 걸 것 같았는데 촬영 중반 정도 넘어갔을 때 분장차에서 선배님을 처음 뵀다. 조성하 선배님이 실제로는 애교도 있고 스윗하시다. '나도 송주현 가고 싶다'는 말을 귀엽게 하시더라. 종방연 때 너무 잘 챙겨주시고 촬영 때는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주셨다. 송주현에서는 원득이(도경수)가 많이 사줬다.
-송주현에서 특히 분위기를 주도한 배우는?
▶ 이준혁 선배님이다. 이준혁 선배님이 70% 정도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사 한 줄을 다섯 줄로 만드는 분이시다. 정해균 선배님은 입담이 너무 좋았다. 쉬는 시간에 이준혁 선배님이 여러 에피소드를 몸으로 표현해 주는데 '배우는 몸 쓰는 것도 중요하구나'라는 걸 느꼈다. 나중에는 너무 친해져서 서로 눈만 마주쳐도 웃겼다. 그 와중에 비장한 홍심이가 대단했다. 무전으로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시청률 10% 돌파 공약으로 엑소의 '으르렁' 댄스커버를 한 게 화제였다.
▶ 다들 몸치여서 제멋대로 나왔다. 저희는 정말 열심히 췄다. 최선을 다한 거였다. 내가 선호 오빠 뒤에 있는 바람에 웃음이 터졌다. 너무 못 추더라. 아전 선배님은 깨알 같았다. 다들 이미 촬영이 끝난 상황에서 다른 작품을 하고 있던 터라 시간을 겨우 맞춰 SM 연습실을 가서 연습했다. 거기 카페에서 엑소 셰이크를 먹어봤다. 디오 케이크에 '디오 데코'가 있었는데 경수씨가 본인 거라고 그걸 챙겨가더라. 시간도 없을 텐데 경수씨가 안무를 짜서 직접 가르쳐줬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실제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는?
▶ 구돌이는 아니다. 구돌이처럼 여자에게 쉽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안 좋아한다. 제윤(김선호 분)은 얼굴을 못 알아봐서 힘들 것 같고. 그래도 율이가 이상형이다. 내 여자밖에 안 보는 게 정말 좋다. 구돌이처럼 친구 같은 연애를 하는 것도 오래가서 좋을 것 같긴 하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이후로 또 한 번 흥행드라마를 남겼다.
▶ '백일의 낭군님'이 잘 돼서 기분이 좋다. 의외로 부모님 세대도 이 드라마를 많이 보셨더라. 부모님도 주변의 부탁으로 사인 요청을 하셨다. 단편영화부터 따지면 연기한 지 10년이 된다. '응팔' 때야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불안하지만 이전에는 언제라도 이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단편영화만 오래 했다 보니 부모님께서는 딸이 연기를 한다는데 뭐를 하는지 잘 모르시고 걱정하셨을 거다. '응팔' 덕분에 부모님께서는 내가 어디 나오는지 이해는 한다. '백일의 낭군님'으로도 밥을 혼자 잘 챙겨먹고 다닐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2009년 단편 '이십일세기 십구세'부터 연기 10년차임에도 '배우'로서의 확신은 늦었던 것 같다.
▶ 연기 정체기가 왔을 때는 여행을 다녔다. 목표로는 작품 하나씩 끝낼 때마다 조금이라도 여행을 가보려 했는데 올해는 운 좋게 포상휴가를 가게 됐다. 단편을 찍고 '응팔'까지는 쉰 기간 없이 정신없이 작품을 했다. '응팔' 이후 1, 2년 쉴 때도 그 와중에 찍은 '꿈의 제인'으로 잘 보낼 수 있었다. 타이밍도, 운도 좋았던 것 같다. 마냥 재미있어서 한 일인데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좋다. 아직까지 현장 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그 재미를 따라 오래 가고 싶다.
-'백일의 낭군님'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 너무 감사하기도 한데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 '사람이 남는다'는 말이 맞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감독님도 편집을 한참 하다가 급하게 나와서 회식을 하곤 했다. 울컥하면서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 싶었다. 포상휴가까지 하면 1년 가까이 '백일의 낭군님'과 함께하는 건데 너무 애틋하고 아쉽다. 시청자 분들이 백일의 낭군님을 오래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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