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우먼 안영미(36)에게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은 정극에 도전한 첫 작품이 됐다. 조봉대 역을 통해 그가 보여준 코믹과 카리스마를 넘나는 스펙트럼은 '계룡선녀전' 전반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큰 일조를 했고, '안영미라서 가능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계룡선녀전'은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녀 선옥남(문채원, 고두심 분)이 정이현(윤현민 분)과 김금(서지훈 분), 두 서방님 후보를 우연히 만나면서 과거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코믹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안영미는 극 중 정이현과 김금이 다니는 대학 캠퍼스에서 커피 트럭을 운영하는 터주신 조봉대 역을 맡아 연기했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단정한 한복차림으로 고전미를 발산할 때 안영미는 새빨간 단발머리에 가죽 점프 수트를 입고 강렬한 비주얼을 과시했다.
그렇게 의문의 인물로 신스틸을 했던 안영미는 최후에 선계 2인자 '남두성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마지막까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계룡선녀전'을 통해 첫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
▶ 캐릭터를 보고 감독님께서 '이건 딱 안영미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부담이 돼서 못 할 것 같다 했는데 감독님께서 설득을 해주셨다. 웹툰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보였다.
-정극 연기에 스스로 만족하나.
▶ 나름 만족을 했는데 아쉬움도 있다. 최고 더울 때부터 최고 추울 때까지 오랫동안 찍어서 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랐다. 하지만 시청률에서 소름끼치는 폭풍을 일으키진 못해서 아쉬웠다.
-고두심(선옥남 역)과의 호흡이 떨리지는 않았나.
▶ 내가 애드리브 했을 때 바로바로 연기를 받아주셔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애드리브를 다 받아주실 줄은 몰랐는데 감사했다.
-조봉대의 파격적인 스타일링이 인상적이었다.
▶ 직접 염색을 해야 메소드 연기를 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촬영이 길어질 줄 몰랐다.(웃음) 드라마 촬영을 안 해봐서 요령을 몰랐던 것 같다. 막판에는 머리가 녹길래 가발을 쓸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께서 가발 유무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으셨다.
-시청자들이 조봉대 역할 소화에 어떤 반응들을 해줬나.
▶ 내가 실제로도 스마트폰을 많이 써서 평가를 다 찾아봤다. 사전제작이다보니 초반에 촬영을 하면서는 반응을 못 봤는데 스스로 오바를 하는 것 같았다. 점점 차분하게 연기하려고 했지만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떠도 된다. 평소 안영미대로 놀아도 된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코미디 빅리그' 때처럼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시청자들께서 자연스럽다 얘기해주셔서 좋았다. 외모적으로도 나는 웹툰 캐릭터를 많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헤어스타일, 튀는 의상 등을 소화하려 했다. 신선 3인방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많이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 가볍지만 진중하게 연기하도록 배웠다.
-개그맨들이 연기를 하는 과정에서 반 농담으로 '배우병'이 걸린다고도 하는데.
▶ 나도 배우병이란 게 뭔지 알겠더라. 예전에 'SNL 코리아'를 함께한 고경표가 연기를 하고서 점잖게 인사를 하는 경우를 봤는데 그 땐 '아이고 배우 납셨네'라고 생각했다.(웃음) 진중해진 게 낯설었는데 나도 그 배우병이 뭔지 알게 됐다. 콩트 연기할 때와는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배우병인가' 싶었다. 애드리브도 너무 치고 싶었는데 현장 분위기를 생각해서 꾹 참았다.
-셀럽파이브 멤버들(송은희, 신봉선, 김신영)의 반응은 어땠나.
▶ '너 거기서 뭐하냐'라며 낯설어하더라.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실시간 반응을 챙겨봐줬다. 영미야 걱정마라며 응원해줬다.
-조봉대 캐릭터에 대해 기대한 반응이 있었나.
▶ 안영미가 아닌 캐릭터 자체로 봐줬으면 했다. 이전에 코미디 캐릭터로서 방방 뜨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엔 좀 그걸 누른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너무 정극식으로 차분하게만 보여줬다면 안영미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반감이 됐을 수도 있겠다. 오히려 조봉대 역으로 절충안을 잘 보여준 것 같았다. 그 캐릭터에 맞는 웃음이라면 얼마든지 앞으로도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와 장르가 있다면?
▶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처럼 악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공포물도 좋아해서 그렇게 연기도 해보고 싶다. 드라마에서는 사극도 해보고 싶다. 장희빈, 양귀비 같이 요물인 역할을 해보면 좋겠다.(웃음)
-셀럽파이브 활동을 하면서 어떤 걸 가장 많이 느꼈나.
▶ 정말 가장 존경하는 게 우리나라 아이돌이다. 이전에는 개그맨이 제일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아이돌이 돼 보니, 연습하느라 잠 못 자고 다이어트 하고 음악방송 사전 녹화를 새벽 3시부터 하는 걸 보고 정말 힘든 걸 알았다. 라이브하면서 춤 추고 바로 다른 방송을 하러 가는 게 말도 안 되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한다고 100% 성공한다는 법도 없다. 너무 존경스러웠다.
-송은이가 콘텐츠 '비보' 등 제작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뒀다. 제작에 관심은 없나.
▶ 호기심 강하고 추진력 있는 분들이 주위에 있어서 나도 같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판이 있으면 놀 수는 있는데 기획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년에도 해보려고 시도했다가 두 세 번 엎어진 적이 있다. '안영미 쇼'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셀럽파이브 전에 다들 침체기가 있었지 않나. 내심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게 모이다보니 연말 시상식에서 다들 들떠있는 게 느껴졌다. 서로 덕분이라면서 응원했다.
-송은이가 2018년 활약할 개그우먼으로 안영미를 픽(PICK) 했다. 안영미가 2019년 활약할 개그우먼을 꼽아본다면?
▶ 나의 올해 픽은 박지선이다. 박지선씨가 나에게 없는 부분이 있다. 토크도 너무 잘하고 똑똑한 친구다. 나는 무조건 에너지로 간다면 박지선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고급스럽게 웃길 줄 안다. 우리만 알기 아까운 친구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박지선씨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2019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매년 계획으로 '임신'을 얘기했는데 올해도 틀린 것 같다.(웃음) 김신영씨가 셀럽파이브에 대한 계획도 많이 잡아놨더라. 몇 없는 멤버들 중에서도 쪼개고 쪼개서 유닛 활동도 구상을 해놔서 준비 중이다. 셀럽파이브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도전할 생각이다. 나는 당분간 라디오를 열심히 할 생각이다. 작년에 하지 못했던 '안영미 쇼'를 올해도 해보고 싶다. 내가 공개무대를 쉰 지 오래됐다보니 아이디어를 직접 짜서 보여드리겠다. 성역 없는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다. 올 한 해는 내려놓은 상태에서 0에서 시작할 거다. 작년에 생각보다 일을 좀 많이 한 것 같았다. 라디오도, 셀럽파이브도 나름 바빴다. 결과도 괜찮게 나와서 올해가 더 긴장되는 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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