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행' '염력' 등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연상호(42) 감독. 그가 드라마 작가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났다. 잘 알려진 오컬트 장르가 아닌, 조금은 이색적인 소재가 담긴 '방법'으로.
연상호 감독은 지난 2월 10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 연출 김용완, 제작 레진 스튜디오,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총 12부작)의 극본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 분)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첫 방송부터 저주로 인해 죽는 이들, 주인공들이 얽히는 과정들이 극의 흥미를 높였다. 또 엄지원, 정지소, 조민수, 성동일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연상호 작가의 극본은 완성도를 높였다.
'방법'이 종영까지 2회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상호 작가가 소재, 배우들의 열연 등 작품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방법'은 그동안 tvN, OCN에서 다룬 오컬트 드라마와는 달랐다. 한국, 일본 등 토속신앙을 소재로 했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이어졌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서양(가톨릭, 성경 등 관련)의 오컬트 장르는 기존의 서양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접했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세계관이 있는, 친숙한 장르라는 강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동양의 굿이나 부적, 민간신앙과 같은 토속적인 신앙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익숙하고 있을 법한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법'에서는 그런 오컬트적 요소 외에도 대중들이 친숙할 만한 이야기 구조 등 여러가지를 결합했다. 퍼즐을 맞춰가는 (퍼즐) 형태의 이야기 구조나 히어로 영화의 구조 같은 것들을 결합해 오컬트에 거부감이 있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흥미를 갖도록 구상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SNS의 혐오문제 같은 것이 이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도록 만드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오컬트 장르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나는 이성으로는 납득되지 않거나 우리 사회 이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동경 같은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이야기로 풀어내질 때의 쾌감 같은 것이 오컬트 장르의 매력인 것 같다.
-오컬트 장르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있다. 한계성도 있는데, 새로운 오컬트 장르 작품(드라마, 영화, 웹툰)을 만든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 늘 작품을 만들 때 '당대의 사회적 이슈가 반영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어떤 장르던지 당대의 사람들이 느끼는 이슈가 반영되어야 더욱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생각이다.
-연상호만의 오컬트 세계관은 무엇인가.
▶ 오컬트뿐만 아니라 초자연적인 소재로 무언가를 만들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당대성 같은 것이 반영되는 것이 좋은 대중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방법'에서 처녀귀신, 구미호, 지박령, 이무기 등 한국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귀신이나 요괴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악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처음 이야기를 쓸 때 콘셉트는 욕구 자체가 저주하는 악귀가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자료를 보면서 밑도 끝도 없는 저주 그 자체인 악귀에 무엇이 있는가 찾아 봤다. 그런데 한국의 귀신들은 사실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악귀가 거의 없다. 대부분 사연이 있는 원혼이거나 장난꾸러기 이미지의 귀신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일본의 이누가미가 눈에 들어왔다. 저주를 위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악귀라는 점에 끌렸다. 그리고 무속에 관한 논문을 찾다가 일제시대 때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는 아미동에 일본 귀신이 토착화된 경우가 있다는 대목을 읽고 흥미로웠다. 사람을 따라 귀신들도 이동을 하고 토착화되기도 한다는 게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극중 방법을 통해 사람에게 내려지는 저주, 그 모습이 자극적이었다. 몸이 뒤틀리는 등 방법을 당한 모습의 수위는 어디까지 생각했었는가.
▶ 1화에서 최병모(김주환 역) 배우가 만들어준 엔딩은 기획초기 단계부터 고민이었다. 극본에는 말 그대로 '사지가 뒤틀려 기묘한 모습으로 죽어있다'였다.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두고 김용완 감독과 안무를 맡은 전영 안무가 그리고 CG팀, 특수효과 팀이 고민을 많이 했다. 김용완 감독이 여러 가지 오컬트 영화들의 레퍼런스를 갖고 왔고 전영 안무가도 동작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말 그대로 드라마에서 허용되는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다. 나도 김용완 감독도 드라마 작업이 처음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수위가 적당한가를 두고 드라마 경험이 많은 스튜디오 드래곤의 장정도 CP와 회의를 많이 했다. 너무 넘쳐도 안되고, 너무 모자라면 힘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그 지점을 찾으려고 제작사와 제작진 그리고 채널과도 회의를 많이 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정지소, 조민수, 성동일 등 주연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정지소, 성동일의 방법이나 조민수의 굿과 역살 등 작가, 감독으로 본 세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는가.
▶ 세 분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완벽한 굿 장면을 위해 촬영 몇 달 전부터 트레이닝을 했던 조민수 배우나 방법을 당할뻔해 몸이 뒤틀리는 연기를 하신 성동일 배우 모두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 명배우들은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명품으로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했다. 정지소 배우가 연기한 백소진은 동적이기보다 정적인 느낌으로 방법을 하는 주술사다. 아마도 동적인 연기보다 정적인 연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정지소 배우는 감성이 매우 풍부한 배우다. 내면에서 나오는,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감성이 풍부하고 유니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정적인 백소진의 방법 장면을 만들어낸 것은 정지소 배우의 감성인 것 같다.
-'방법'의 시즌2(영화 또는 드라마), 시즌3까지 할 수 있을까.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도 다음 시즌 출연 가능성이 있는가.
▶ 현재 확실히 예정된 스케줄은 드라마 '방법'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방법' 정도다. 드라마 시즌 2는 제작사와 이야기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배우들 모두 이번 드라마 작업을 즐겁게 한 덕분에 이후 시즌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단단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시즌 2를 하고 싶다.
-결말을 향한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높다. 시청자들의 추측이 다양한 가운데, 시즌2로 이어지는 '목적을 둔 열린 결말'이 되는 건가.
▶ 일종의 여지는 남기지만 열린 결말은 절대 아니다. '방법'에서 다뤘던 모든 것들은 확실한 맺음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임진희와 백소진의 선택과 임진희와 백소진의 관계 같은 것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영화 '방법'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 영화에서는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드라마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다. 많은 기대를 바란다. 일단은 영화는 드라마를 연출한 김용완 감독이 연출할 것이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김용완 감독, 배우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모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작가' 연상호, '방법' 외에 기획 중인 드라마가 있는가. 있다면 어느 장르이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한편으로는 또 드라마를 할까 싶다.
▶ 상황이 허락된다면 드라마를 계속 하고 싶다. 물론 여러가지 스케줄이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이라 얼마나 자주 드라마 작업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이번에 '방법'을 작업하면서 드라마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꼈다.
-차기작인 영화 '반도'에 대한 관심도 많다. '반도'의 완성은 얼마나 되었는가.
▶ 현재 영화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라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하자는 마음만 있다. 저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반도'의 후반 작업을 스태프들과 함께 묵묵히 마무리하고 있다. 전작의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반도'는 반도만의 유니크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힘써준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최선의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일단은 만족이다.
-'방법', '반도' 외 어떤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 최규석 작가와 함께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지옥'은 현재 영상화 작업을 위한 초반 단계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작품의 제작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옥'의 장르를 굳이 규정하자면 코스믹 호러 장르다. 예전부터 코스믹 호러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옥'을 통해 도전해보려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4월 정도면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년에 환각을 소재로 한 오컬트 호러 영화 한편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쉼 없는 활동을 이어갈 것인가.
▶ 남들은 '왜 이렇게 안 쉬고 일하냐’고 하지만 사실 쉴 거 다 쉬면서 일한다. 창작 노동자로써 같은 시간에 일을 하고 퇴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쉰다. 프리랜서지만 지금까지 운이 좋아 이렇게 규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기회가 계속 있는 한 규칙적인 방식으로 계속 노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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