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이 뱀파이어 특집을 선언할 때부터 슬금슬금 떠올랐던 2008년 여름의 악몽. 좀비들에 맞선 멤버들의 활약을 그리려고 했던(!) '좀비특집-28년후'는 지금도 회자되는 저주받은 에피소드다. '무한도전' 사상 최고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가 인류를 구원할 좀비 백신이 깨져버리면서 황망하게 마무리돼 버린.
뱀파이어 특집은 시작부터 좀비 특집과 비슷했다. 좀비들의 세상을 끝내겠다는 거대한 사명을 안고 나섰던 그때처럼, 멤버들은 헌터가 돼 영생의 관을 차지하려는 뱀파이어를 처단하러 나섰다. 다만 다수의 좀비를 피해 다녔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멤버 안에 뱀파이어가 있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무한도전' 특유의 심리게임과 추격전이 어우러졌다. 그러나 준비했던 몇몇 장치가 어그러졌고 추격전은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맞았다. 전혀 다른 과정을 밟았음에도 좀비특집의 망령을 떠올리게 된 이유다.
그러나 '무한도전'만의 깨알같은 웃음 코드는 곳곳에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며 네 사람이 몸을 우겨넣다 부서지고 만 영생의 관이 마무리의 허무개그였다면 절정은 단짝 하하와 준하의 '웃픈' 작별이었다. "평생 같이 가는 거야"라고 약속했던 정든 준하 형을 제 손으로 소멸시키고는 "언제 물렸어 바보야"라고 울컥하던 호빗헌터 하하의 모습이라니. '너 '마늘' 사랑한다 했잖아'라던 애절한 흥얼거림은 이날의 압권이었다.
웃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진정 고민했던 그 순간, 죽었다고 누워있던 정준하도 터져 나온 웃음을 참지 못해 피식거린 모습을 왠지 목격한 것 같다. 함께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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