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원숙 최원영 모자(母子)가 떠났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 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해피엔딩으로 50부작의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이세윤(이정진 분)은 극적으로 살아났고 민채원(유진 분)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채원과의 서프라이즈 결혼식을 준비한 세윤은 결혼식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지만, 채원 앞에서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는 기적까지 선보였다.
또 김철규(최원영 분)는 만삭의 몸으로 파리에서 돌아온 마홍주(심이영 분)와 재결합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던 철규는 아빠가 될 준비를 하며 홍주를 받아들였다.
마홍주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방영자(박원숙 분)는 홍주에게 "그 아이가 철규의 아이가 맞냐"고 따졌다. 그러다 마홍주가 금룡푸드를 인수합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 태도가 돌변해 홍주에게 달콤한 말을 하며 들러붙었고, 마홍주는 자신이 당했던 설움을 떠올리면 통쾌한 복수를 한다.
이렇듯 '백년의 유산' 마지막 회에서는 몰락했던 방회장 일가가 마홍주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고, 국수집 가족들 역시 세윤을 사위로 받아들이며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억지스러운 장면이었고 1회 만에 너무 급하게 마무리 되는 느낌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갑작스러운 세윤의 사고로 6개월 간 보던 드라마가 새드 엔딩으로 끝날까봐 걱정하던 시청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이날 방송 된 '백년의 유산' 최종회는 30.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동안 30% 돌파를 노리던 '백년의 유산'이 마지막 회에서 그 숙원을 이룬 것이다.
'백년의 유산'이 출생의 비밀, 악독한 시월드, 의문의 교통사고까지 막장 3종 세트의 요소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주말 안방극장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구, 정혜선, 박원숙, 정보석, 전인화 등 중장년 배우들의 연기력과 유진, 이정진, 최원영, 심이영 등 젊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는 다소 과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특히 최악의 시어머니로 손꼽히는 방영자 역의 박원숙과 찌질한 마마보이 김철규 역을 맡은 최원영의 활약은 드라마의 핵심 포인트가 되며 극을 끌어왔다.
박원숙은 자신의 아들 밖에 모르는 방영자 역을 맡아 안방극장 며느리들의 '공공의 적'이 되며 시선을 모았다. 아들이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뜻을 어기고 결혼한 가난한 며느리 채원이 방영자에게는 눈엣가시 그 자체. 이에 박원숙은 며느리에게 머리채를 붙잡고 때리는 폭행 뿐 아니라, 위자료를 주지 않기 위해 정신병원에 가두고 사기까지 치는 등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런 방영자가 철두철미하지 않고 허당의 기질이 있었다는 점이다. 밉지만 계속 보다보면 어딘가 귀여운 매력이 있다는 것이 방영자의 특징이었다. 특히 독한 며느리 마홍주(심이영 분)가 두 번째 며느리로 들어온 후 당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하기도 하면서 어딘가 측은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방영자는 "아 됐고!", "좌우지 장지지"등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대사들을 반복하며 확고한 캐릭터를 살렸다.
이런 박원숙의 활약에 '백년의 유산' 제작진은 드라마 촬영 마지막 날 특별히 박원숙을 위한 감사패를 만들어 증정하기도 했다.
이런 박원숙과 콤비 플레이를 펼친 마마보이 김철규 역의 최원영 역시 이번 드라마의 숨은 공신이다.
방송 초반 민채원을 사랑하면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모습으로 '등신 남편'으로 등극한 최원영은 이혼 후 민채원을 졸졸 따라다니는 스토커 기질을 발휘했다. 새로운 아내에게는 잘해주지도 않고 전처만 바라보는 모습은 찌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처로웠다. 최원영은 찌질남에게서 느껴지는 매력인 이른바 '찌질파탈'을 마음껏 과시하며 여성시청자의 모성애를 자극하기까지 했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 두 사람이 함께 만날 때면 시끄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이른바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두 모자의 이야기는 막장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30%대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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