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 드라마PD들이 퇴사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제가 그 친구들이 퇴사할 때 한 사람씩 다 만나서 말렸다. 결국은 방송계의 산업화 물결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공영방송보다 개인적인 것도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스카우트 후 높은 보수를 받고 떠났다. (KBS는) 그 사람들한테 제시한 것 이상의 금액을 주고 붙잡을 수 있는 임금체계가 없다."
길환영 KBS 사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의원(민주당)이 ""KBS는 애사심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좋은 직원들이 떠났다. KBS가 수신료 얘기를 계속 하는데 그럴 때가 아니다. 내부 단속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자 이렇게 밝혔다.
이날 국감장에는 tvN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PD,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PD, KBS 2TV 드라마 '추노'의 곽정환PD, '성균관 스캔들'의 김원석PD,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이명한PD 사진도 등장했다. 모두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CJ E&M으로 이적한 '스타PD'들이다.
이들 중 이명한, 신원호, 나영석PD 등 예능PD들은 이적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원호PD는 지난해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올해 '응답하라 1994'로 또 한 번 '대박'을 예고 중이고, 나영석PD는 '꽃보다 할배'로 '꽃할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명한PD는 이 두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다.
김원석PD는 최근 종영한 음악드라마 '몬스타'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곽정환PD도 지난 21일 첫 방송한 시대극 '빠스껫볼'로 본격 시동에 나선 상태다.
'스타PD'들의 후광효과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매일 같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방송 생태계를 고려하면 이들의 '성적표'는 화려하기만 하다.
그러면 이들의 이러한 '화려한 성적표'는 과연 '돈' 때문에 이뤄진 것일까. 국내 최대 PP(Program Provider)인 CJ E&M을 고려할 때 막강한 자본력이 성공의 지렛대로 작용했을 것이란 지레 짐작도 가능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 유명PD는 "CJ E&M이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라며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KBS도 프로그램 제작에 결코 적은 돈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PD는 "중요한 건 '도전'에 있는 것 같다. 막말로 해보고 싶은 것은 다해볼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지만, 크게 회사에서 책망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PD로서 참 매력적인 부분이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서는 아무래도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알려진 이들이지만 그렇다고 CJ E&M이 PD계의 '신의 직장'은 아니다.
또 다른 PD는 "보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 없이 높은 보수만을 보장해주는 조직이 어디 있겠나. 뭔가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부담이 크다. 또 업무강도도 상당이 높다"고 밝혔다.
이 PD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의 기회를 주지만 엄청난 업무강도도 있다는 점에서 사실, CJ E&M은 우리 같은 중견PD들보다는 젊은PD들에게 더 맞지 않나 생각할 때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물론 후회하고 있는 PD도 있다. 케이블이라는 매체적 한계 때문이다. 한 PD는 "솔직히 가끔 후회할 때도 있다. 공영방송 KBS와 비교해 케이블 채널에는 시청자 접근성 등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PD라면 자신이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많은 시청자들이 보길 원하는 게 당연하다.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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