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상반기 '양꼬치엔 칭따오'로 주말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개그맨 같은 배우가 있다. 바로 정상훈(37)이다.
요즘 정상훈은 tvN 'SNL코리아 시즌6'(이하 'SNL코리아')을 통해 신바람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SNL코리아'에 크루로 합류한 지 1년 만에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 아닌, 예능인이 됐기 때문이다.
'SNL코리아'에서 크루로 활약 중인 정상훈은 1998년 SBS 드라마 '나 어때'로 데뷔한 배우다. 이후 드라마, 영화 등을 비롯해 각종 뮤지컬 무대에 서며 배우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영원히 배우로 활동할 것 같던 그가 엉터리 중국어에 갖은 굴욕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느 개그맨 못지않은 '끼'를 발산하는 덕분에 'SNL코리아'를 보는 재미도 높아지고 있다.
예능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그는 지난해부터 일부 시청자들이 '개그맨 정상훈'이라고 부를 정도로 'SNL코리아'에서 신명 나는 코믹 연기를 펼친 배우 정상훈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SNL코리아' 출연으로 정상훈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달라졌죠. 사실 'SNL코리아'에는 신동엽 선배님이 넣어주신 거예요. 일명 낙하산이죠. 제가 한동안 뮤지컬만 하고 있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동엽 선배가 '이제 방송 해야지'라고 하시면서 'SNL코리아'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2012년에 결혼을 하고 그러니까 동엽 선배가 이제 가장이니까 챙겨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크루로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죠.
-'SNL코리아'로 뜰 줄 알았는가.
▶'SNL코리아'에서 1년은 수습기간이었어요. 저를 낯설어 하는 시청자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작은 역할이라도 일단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져야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글로벌 위켄드 와이'에서 중국 특파원 양꼬치엔 칭따오 역을 하면서 뜨게 됐죠.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죠. 지난해 소속사(샘컴퍼니)와 계약을 했는데, 영화를 하기 위해서 들어갔어요. 황정민 선배님이 계신 소속사인데, 2012년 뮤지컬 '어쌔신'을 할 때 인연이 있어서 소속사와 계약하게 됐어요. 진짜 저는 영화로 잘 될 줄 알았는데, 예능으로 풀려버렸죠.
-화제의 양꼬치엔 칭따오.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양꼬치엔 칭따오는 'SNL코리아' 남지현 작가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양꼬치랑 맥주 칭따오를 좋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였어요. 제가 술을 좋아해서 양꼬치엔 연태고량주라고 하고 싶었었는데, 안 바꿨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죠. 연태고량주라고 했으면 CF는 못 하게 됐을 것 같아요.
-양꼬치엔 칭따오의 그럴 듯한 엉터리 중국어. 어떻게 만들어 냈는가.
▶고민이 많았어요. 예전에 뮤지컬 '스팸어랏'(2010년, 2013년)을 할 때 프랑스어를 해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전라도 사투리를 접목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접목해 봤어요. 기존에 중국어 개그와 차별화를 두려고 했었죠. 다행히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고, 심지어 맥주 회사 칭따오에서 맥주까지 보내줬어요. 그리고 지난달에는 칭따오 전속모델까지 하게 됐잖아요. 뿌듯해요.
-이수근, 변승윤 등 중국어 개그를 하는 개그맨의 계보를 이어갈 생각인가.
▶두 분이 예전에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중국어 개그를 하신 적이 있죠. 그 분들의 중국어 개그와 저는 차원이 달라요. 두 분은 진짜 잘하세요. 따라갈 수 없죠. 또 저는 중간에 하다가 창피해서 그만 하게 되잖아요. 제 중국어 개그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나오는 사투리가 포인트에요.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느닷없이 사투리로 말하고, 자막을 보라고 하는 게 웃음 포인트죠.
-도박 혐의 이후 자숙하던 이수근과 호흡했던 소감은 어땠는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무대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 때 형님(이수근)의 개그를 향한 열정을 봤어요.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던 분인데, 무대에 용기를 내서 올랐더라고요. 코미디를 향한 열정은 정말 남달랐어요. 앞으로 좋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SNL코리아'는 정상훈에게 어떤 존재일까.
▶저한테 많은 것을 준 프로그램이에요. 배우로 많은 것을 배우게 하고,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보게 했죠. 또 가족 같은 사람들('SNL코리아' 크루)을 줬죠. 특히 크루 수장 신동엽 선배는 큰 형 같아요. 제작진도 제 식구 같고요. 보물 같고, 운명이죠. 정상훈의 삶의 전환점이죠. 무엇보다 양꼬치엔 칭따오 캐릭터는 저를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해 줬어요. 진짜 운명이네요.
-'SNL코리아'를 통해 많은 호스트를 만나 각종 패러디, 디스 개그를 했다. 기억에 남는 호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
▶많은 분들이 생각나는데, 딱 한 명만 꼽으라면 김희원 선배님이에요. 4월 11일 방송분에 호스트로 출연해 영화 '아저씨'를 패러디 한 콩트에서 호흡했는데, 대박이었죠. 희열을 느꼈다고 할까요. 정통, 코믹 연기를 오가는데 '와, 이거 진짜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거구나'고 느꼈죠.
-'SNL코리아' 메인 호스트로 꼭 한 번 초대하고 싶은 연예인이 있다면 누구일까.
▶조정석, 강하늘을 비롯해 황정민, 성동일 선배님을 꼭 모시고 싶어요. 네 분 중 한 명은 올해 안에 꼭 나올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조정석, 강하늘과 황정민 선배님은 친분이 있어요. 반드시 초대해서 한 번 놀아볼 생각이에요.
-'촉촉한 오빠들'에서 남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도 대박 예감이 오는가.
▶지난달 25일 첫 방송했는데, 아직 더 지켜봐야죠. 잘 될 것 같기는 해요. 저를 포함한 우리 MC들(김상경, 강균성, 현주엽)이 가식이 없거든요. 무엇보다 현주협 형님이 판도라의 상자에요. 다른 MC들이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만 바라고 있어요. 확실히 예능감이 있는 분이에요. 또 프로그램 자체가 푸근하고, 착한 예능이라 시청자들도 좋아해주실 것 같아요.
-요즘 '촉촉한 오빠들', KBS 2TV 일일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까지 방송에서 활약 중이다. 하반기에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오늘부터 사랑해'에서는 소설 작가 윤대실 역 추소영씨와 얽히고설킨 마성남으로 출연 중이에요. 또 '촉촉한 오빠들'에서는 MC로 활동하고 있죠. 연기, 예능 다 해볼 생각이에요. 하반기에 뮤지컬도 준비하고 있고요. 물론, 'SNL코리아'도 계속 해야죠. 오는 20일 방송을 끝으로 재정비에 들어가는데, 9월에 방송 재개할 때까지 또 다른 캐릭터도 연구해야죠. 지금보다 더 웃긴 배우로 돌아올 거예요.
-2015년 하반기 정상훈의 활동 각오는 어떻게 되는가.
▶저한테 두 아들이 있어요. 가장이니까, 아이들, 아내에게 당당한 아빠이자 남편이 되려고요. 예전에 (정통) 연기만 해야 한다는 자존심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게 없어요. 이렇게 활동하고 사랑받는 것에 감사해요. 연기든 예능이든 가리지 않고 다 해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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