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뛰어라, 그리고 이름표를 뜯어라. SBS '런닝맨'의 콘셉트는 오직 이것뿐이다. 등에 이름표를 단 멤버들이 팀으로 나뉘어져 상대방의 이름표를 뜯으면 이기는 것. 얼마나 쉬운가. 설명하지 않아도 5분만 보면 바로 이해할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런닝맨'은 거의 신적인 존재다. 의미 있거나 따뜻한 메시지도 필요 없고, 설명도 필요 없다. 마치 학교 운동회처럼 잘 달리고, 이름표만 잘 뜯으면 되니까. '런닝맨'은 승승장구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강타했다. 하지만 최근 성적표는 MBC '복면가왕'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밀려 영 시원찮다.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런닝맨'은 진화하고 있으니까.
'런닝맨'은 오로지 뛰는 것이 다였다. 초반엔 한 장소에 멤버들을 모두 모아두고 이름표를 뜯기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우승자였다. 글로 들으면 달랑 한줄, 뭔가 허전하지만, 보고 있노라면 희한하다. 바로 정신을 놓고 몰입하게 된다. 처음부터 보아도 괜찮고, 중간부터 봐도 괜찮다. 간단한 게임방식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너무 쉬워서 바로 몰입되고, 그러면서도 마치 어린 시절 술래잡기나 다방구와 오버랩되며 손에 땀이 날 만큼 긴장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런닝맨'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단순함이 오히려 '런닝맨'의 발목을 잡았다. 이름표 뜯기로만 긴장감을 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수년이 지나도록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을 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너무 쉽다보니 중간에 시청해도 이해가 되지만, 반면 중간에 다른 채널로 나가버리도 쉽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런닝맨'은 방향을 틀었다. 유명한 영화 패러디나 추리, 동화 속 인물로의 변신 등 매번 설정을 바꿨다. 이름표를 달았다는 기본만 유지한 채로. 그것 또한 양면의 동전이었다. 설정이 매회 바뀌니 흥미진진해졌다. 반면 어떤 콘셉트인지 매번 설명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래도 괜찮다. '런닝맨'은 수많은 이야기와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셈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MBC '무한도전'이 국민예능으로 우뚝서기까지 과정과도 흡사하다. '무한도전'이 처음에 모기 많이 잡기, 기차 따라잡기 등 '무모한 도전'이라는 단순 대결형식에서 매회 스토리를 넣은 설정으로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양쪽 프로그램의 팬층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런닝맨' 역시 국민예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매회 변신에서 그치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박수 받는 기획력이 좀 더 들어간다면 말이다. '무한도전' 레슬링처럼 몇 주에 걸친 대형 프로젝트나 '무도가요제', '못친소'류의 시즌 아이템처럼. 시청률에 좌지우지되고, 개편철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의 운명이다. 하지만 지금의 '런닝맨'을 보면 그 모든 걸 다 초월하고 장수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매주 완성도 높은 아이템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런닝맨'이 뛰기를 멈추고 지금은 다음 단계로 뛰어오르기 위한 숨고르기로 기대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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