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주연(30)은 걸그룹 쥬얼리의 멤버였다.
'원모타임'으로 큰 인기를 끌 때 멤버로 들어와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당시 쥬얼리의 인기는 엄청났는데, 헬기를 타고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
2015년 1월 쥬얼리는 해체했다. 하주연도 혼자가 됐다. 그리고 2년, 외로운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하주연을 괴롭힌 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댈 곳이 없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다. 하주연이 엠넷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랩스타3'를 택한 이유다. 그곳엔 무대가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는 건 그녀에게 설렘도 안겼지만 두려움도 안겼다.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경연 내내 하주연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게 패착이었다.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하주연은 결국 지난 2일 방송을 끝으로 '언프리티랩스타3'에서 영구탈락했다.
하주연이 탈락한 방송분은 지난 8월 말 촬영된 것. 인터뷰를 위해 7일 오후 마주한 하주연은 밝아 보였다.
"'언프리티랩스타3' 끝내고 쉬면서 저에 대해 다시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비록 떨어졌지만 이 계기로 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저, 하주연을 좀 더 알게 된 시간이었죠."
하주연은 2년 쥬얼리 해체 뒤 혼자 활동 중이다. 소속사가 없다. 이번 '언프리티랩스타3'도 그래서 혼자 준비해야 했다.
"저 혼자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게 솔직히 힘들었어요. 데뷔를 쥬얼리로 하다보니까 누군가가 항상 저를 도와줬거든요. 혼자 하주연으로 한 게 없었어요. 이번에 '언프리티랩스타3'을 하면서 하주연식 홀로서기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하주연으로서 첫 도전이었죠."
'언프리티랩스타3'은 지난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하주연이 탈락 전까지 몸담은 기간은 두 달 정도. 하주연은 "정말 정신없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정신도 없고, 몸도 많이 피곤했어요. 미션, 또 미션...계속 이어졌거든요. 합숙하는 프로그램이 아닌데 촬영 내내 촬영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출연자들과 작가 언니들이 가족 같았죠(웃음). 무섭기도 했어요. 저 하주연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 드리는 자리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도 많이 가졌어요."
경쟁자들과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저 사실 그 날 첫 만남 자리에 가면서 떨면서 갔거든요. 누가 나올까도 궁금했고요. 작가 언니들이 절대 가르쳐주지 않더라고요(웃음). 예측을 해보기도 했는데 예측한 사람들이 거의 안 나왔어요. 제가 들어 갔을 때 래퍼 몇 명이 있었는데 케이시는 처음 봤고, (전)소연이는 '프로듀스 101'에서 봐서 얼굴이 낯익었어요. 자이언트 핑크는 '쇼미더머니'에서 봐서 나올지 예상은 했었고요."
하주연은 이번 '언프리티랩스타3'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 래퍼 출신 미료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늘 미료에 대해 존경심을 나타냈고, 단 한 번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다.
"미료 언니의 출연은 사실 예상을 못했어요. 그 전에 기사가 나왔었는데 아니라는 식으로 또 기사가 나온 걸 봤었거든요. 되게 반가웠어요. 미료 언니는 워낙 쥬얼리 때부터 함께 활동했었고, MAMA 무대 때도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거든요. 전 누가 존경하는 선배 가수를 물으면 항상 윤미래 언니와 미료 언니를 꼽았었어요. 존경하는 언니가 경쟁자로 나오니 놀래기도 했고, 또 되게 멋있고 그랬어요."
미료는 방송 초반 '멘탈'이 붕괴 됐던 하주연에게 큰 위로가 돼줬다.
"제가 미료 언니에게 의존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방송에 그렇게 보여서 그렇지 저는 존경하는 마음이었어요. '리스펙'(respect)이라고 할까요. 미료 언니가 엄마는 아니지만 친언니 같았어요. 제가 초반에 힘들고 그랬을 때 언니가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정말 무대에 올라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물론 지금이야 '멘탈 갑'이지만요. 제가 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또 그렇지가 않아요. 언니가 옆에서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그게 많이 도움이 됐죠. 아는 사람이 언니 밖에 없었으니까요. 누가 제게 신경을 써주겠어요. 다른 출연자들이 어리기도 하고. 언니가 위로도 많이 해주고, 기도도 많이 해줬어요."
하주연은 그런 언니 미료와 '디스 배틀'에서 유나킴을 2대 1로 디스,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유나킴을 저희 둘이 디스한 게 아니라 서로 서로 했어요. 두 명이 다른 한 명을 디스해서는 안된다는 룰은 없었어요. 사실 그 때 디스는 유나킴에 대한 디스라기보다는 다른 동생들에 대한 디스기도 했어요. 몇몇 동생들이 저를 우습게 보고 무시하고 만만하게 봤거든요. 물론 제가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약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겠죠. 그래서 디스 배틀을 앞두고 한번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가사에 그래서 "계집애들이 뭉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거고요. 디스 배틀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어요. 칭찬 배틀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경쟁이니까, 어쩔 수 없었죠."
마음 단단히 먹은 '디스 배틀'이었지만 하주연은 이를 앞두고 크게 앓았다. 감시 몸살이 심해진 것.
"참으려고 했는데, 너무 심해져서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위에 염증까지 생겨서요. 제가 좀 예민한 성격이거든요. 감기까지 겹치니 몸에 탈이 난 거죠."
"특별하게 미웠던 사람은 없었냐"고 물었더니 "그런 사람은 없었다"며 크게 웃었다.
"경쟁이었지만 제 스스로는 저와의 경쟁이었어요. 내 자신과 싸움의 더 컸죠. 하나 아쉬운 게 초반부터 강한 멘탈을 갖고 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어요. 그냥 저 자신을 놓고 확 해버릴 걸 그랬어요. 속으로 계속 잘해야지, 잘해야지 이런 생각만 하다 보니 오히려 나빠진 것 같아요. 정말 미친X처럼, 크레이지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하주연의 영구탈락은 출연자 투표로 이뤄졌다. 데스매치 끝에 결국 고배를 마셨다.
"기분 안좋죠. 당연히(웃음). 미션을 한 게 아니라 투표를 해서 그렇게 됐는데 저는 그 방식이 별로였어요. 다른 래퍼들이 순위를 매기는 거니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제가 초반부터 우는 모습,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른 래퍼들이 저를 뽑은 것 같아요. 그래도 좀 많이 아쉽더라고요. 게다가 밥도 안 먹었는데 가라고 하니까 섭섭했어요(웃음)."
하주연은 "누가 우승할 것 같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했다.
"다 똑같지 않으니까요. 개성이 다 다르고 취향도 다르니까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3명 정도만 추려보라"고 하니 "그건 정말 대답을 못하겠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하주연은 '언프리티랩스타3'에 앞서 '쇼미더머니5'에 도전, 1차 예선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육지담처럼 '언프리티랩스타' 다음 시즌에 한번 더 도전해보라"고 했더니 "아니요"라며 "하하하" 웃었다.
"이번 '언프리티랩스타3'을 계기로 정말 성장했어요. 다시 하면 원래 하주연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시청자들이 방송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는 더 힘들어요. 어떤 분들은 랩은 아무나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랩이라는 게 메이킹도 하고 플로도 다 맞춰야 하는 거거든요. 전 제가 도전하는 건 안 할래고요. 하하하. 그만 하겠습니다. 다른 도전이면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힘들어요. 저 이번에 출연하면서 두 달 동안 몸무게가 7kg이 빠졌어요. 30kg대가 됐더라고요. 저는 제 스스로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 조언을 받는 데 만족하려고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하주연은 운전면허증이 없다. 그녀는 "쥬얼리로 활동하다 보니 딸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발이 돼주는 건 지하철. 지난 2년 동안 수입이 없었음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과 함께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주연의 부친은 배우 하재영이다.
"부모님께 감사하죠.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까 집에만 있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곡 작업 할 때 빼고는 거의 밖에서 있어요. 지하철 타고 열심히 돌아다니죠(웃음)."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없다"고 했다. "제 인생도 아직 정착을 못했는데요(웃음), 남자 친구도 없어요. 연예활동을 하다 보니 친구도 많이 없어요. 지난 2년 동안은 활동도 없다 보니 심한 분들은 제가 죽은 지 아는 분들도 있었어요. 댓글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 상처받았죠. 그래서 일부러 SNS에 나 살아 있다고 알리고 있어요(웃음)."
하주연은 앞으로 모습에 많은 기대를 부탁했다.
"'언프리티랩스타3'은 제겐 영광의 시간이었어요. 제가 마지막 무대에서 '조연 아닌 주연, 하주연'이라고 했는데, 이제 제 인생의 주연으로 살고 싶어요. 방송에서 우는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그랬는데, 저 보기와 다르게 웃겨요. 되게 활발하고 절대 우울하지 않아요. (서)인영 언니가 지어준 제 별명이 '하과장'이에요. 과장을 많이 한다고요. 하하하. 웃음도 많고 씩씩하죠. '언프리티랩스타'와는 안 맞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걸 확인하면서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성장했죠. 앞으로도 더, 더, 업그레이드 된 하주연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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