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서 '동굴 저음'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류지광(35). 그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며 '미스터트롯'에서 트레이드 마크가 된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행복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12일 종영한 '미스터트롯'은 종편 최고 시청률 35.7%(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모델 출신인 류지광은 '미스터트롯' 직장부 A조로 참가해 매력적인 저음으로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원래 준결승까지 올라가서 전국 투어 멤버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목표를 이룬 거죠. 헤헤. 아쉽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더 올라갔으면 좋겠죠. 과유불급이란 단어가 맞나요? 욕심을 더 부리면…전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활동 영역을 넓혀서 더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쟁쟁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현역 트로트 가수들이 즐비한 준결승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음악적 소리에선 밀리지 않았지만, 트로트에 대한 지식이나 레퍼토리 면에서 수년간 트로트를 갈고 닦은 분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트로트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고작 3~4개월 전이다. 첫 예심 당시 고(故)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로 마스터(심사위원)들의 '올하트'(전원 선택)를 받았던 그는 "여러 선배들의 노래를 다 연습할 수 없으니까 배호 선생님의 노래만 죽어라 팠다"며 "내 목소리 톤과 너무 잘 맞더라. 배호 선생님의 노래가 아니었으면 확실한 계기가 안 됐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시청자들의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된 무대는 본선 2차 경연인 1대 1 데스매치에서 나왔다. 류지광은 당시 자신의 매력적인 저음 톤을 잘 살릴 수 있는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불러 '동굴 저음'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상대가 (임)영웅이었잖아요. 이 친구는 분명 정통 트로트로 나올 테니, 저도 정통 트로트 곡으로 배호 님의 '당신'을 부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작가 분들이 '지광 씨 밖에 소화 못 할 것 같다'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요. 결국 상대가 워낙 강자다 보니까 저의 장점으로 가자고 해서 작가 분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죠."
결과는 패배였지만 '미스터트롯' 우승을 차지한 임영웅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을 들었다. "상대가 워낙 강자라서 오히려 걱정이 안 됐다"는 그는 "어차피 져도 누구나 인정하는 강자였기 때문에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담담했던 심정을 전했다. 그는 결국 패자부활 제도를 통해 추가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동굴 저음'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목소리는 타고난 재능과 피 나는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물론 목소리 톤은 타고난 거죠. 아버지가 목소리가 굵으세요. 어머니는 음악적인 재능이 있으시고요. 보컬적인 스킬은 노력해야죠. 원래 이렇게까지 저음은 아니었어요. 발성 연습을 하다 보니 음 폭이 넓어졌죠. 장르적으로 여러 가지를 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종영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류지광은 '미스터트롯'에 도전하기 전까지 팝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그는 '미스터트롯' 출연 계기를 묻자 "솔직히 막다른 골목이었다"고 털어놨다.
"팝페라는 대중적이지 않아서 한계가 있었고, 공연 수입도 많지 않아 생활적으로 힘들었어요. 전부터 트로트가 싫진 않았는데 '미스터트롯'이 저한텐 불씨가 된 거죠. (트로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충분히…"
마침내 '미스터트롯'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과거 모델로 활동했지만 그가 젝스키스, 핑클 등을 배출해낸 대성기획(현 DSP미디어) 연습생 출신이었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한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한때 배우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처음엔 16~17살 때 연기 기획사에 들어갔는데, 저를 키워주시던 분이 저를 1년 정도 트레이닝을 하다 지병으로 돌아가셨어요. 그 뒤로 대성기획 사장님을 소개 받아서 들어가게 됐어요. 사장님이 '목소리 톤이 좋다고 한 번 해보라'고 하셨는데, 제가 군대 갔다 와서 사장님이 쓰러지셨어요."
막막한 현실에서 그는 지인의 제안으로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185cm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가진 그는 2009년 미남 선발 대회인 '미스터 월드 코리아'에서 대상을 차지했으며, 이듬해 한국 대표 자격으로 '미스터 월드 선발대회'에 출전 했다. 가수의 미련이 남아있던 그는 2011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때 지원자가 240만 명이었어요. 거기서 24명 안에 들었죠. 소질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떨어지고 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부모님께선 '여태껏 네가 가진 걸로 왔다. 노력하지 않았다'며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나가보라고 하셨어요. 대회에서 톱7이 돼서 회사를 만났고, 그동안 해왔던 걸 바탕으로 뮤지컬도 해보고 다 해봤죠. 그러다 계약 마지막 연차에 '팬텀싱어'를 나가게 된 거죠. 좀 길어요. 제가…하하."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다방면에 경험을 쌓은 그는 새로운 꿈을 쫓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미스터트롯' 여정을 마친 그는 올 상반기 발매를 목표로 이미 곡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5월 말부터 진행될 예정인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메인은 가수 활동이고, 기회가 되면 연기도 하고 싶어요. '미스터트롯'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음악 장르는 트로트가 주가 될 것 같아요. '미스터트롯'에서 잘 안 되면, 이쪽 일을 정말 접으려고 했거든요. 진짜 기사회생했죠.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트롯'은 제게 기적 같은 선물입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