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열 사람 중 한 사람만 봐도 조건 없이 지원하겠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지난 1972년 MBC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을 때 흔쾌히 단독 후원을 약속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있다'는 것이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었다.
1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의 '인재보국'(人才報國) 철학 아래 지난 1973년 SK 단독 후원으로 첫 전파를 탄 '장학퀴즈'가 오는 18일 방송 50주년을 맞는다.
MBC에서 시작해 EBS에서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장학퀴즈는 방영 횟수만 총 2344회로 최장수 TV프로그램 타이틀을 달았다. 출연자만 약 2만5000명으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 송승환씨, 가수 김광진·김동률씨, 이규형 영화감독 등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장학퀴즈를 거쳐갔다.
'인재의 비밀'을 주제로 한 장학퀴즈 50주년 특집방송은 오는 18일 오후 12시5분 EBS에서 방영된다. '역사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 콘셉트로, 경기 성남시 판교 SK텔레콤 가상(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특집방송에서 현재 출연자들은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을 망라한 3차원 가상영상 기술인 '최첨단 확장현실' 기법으로 구현된 과거 출연자와 퀴즈 대결을 펼친다. 18년간 장학퀴즈 진행을 맡았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와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 등도 출연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집방송 축사를 통해 "장학퀴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문화 코드가 돼 왔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의 파고가 높은 시대를 맞아 청소년 여러분이 변화를 창조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 선대회장의 인재육성 유지를 잇기 위해 지난 2019년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다. 학술원 설립에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20만주(당시 약 520억원)를 출연해 직접 학술원 이사장을 맡았다.
SK그룹의 장학퀴즈 후원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주도한 사회공헌의 일환이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인재 양성에 방점을 찍고 기업 차원의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민간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이 대표적이다. '일등 국가, 일류 국민 도약과 고도의 지식산업사회 건설'을 목표로 지난 1974년 재단 설립에 뛰어든 최 선대회장은 사내 반대에 사재까지 털어 장학사업을 벌였다. 이렇게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다"는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왔다.
선대회장이 장학퀴즈 500회 특집 방영 무렵 제작진과의 식사 자리에서 '장학퀴즈 투자액이 150억~160억원'이라는 임원의 말에 "그럼 우리는 7조원쯤 벌었다. 기업 홍보효과가 1조~2조원쯤, 5조~6조원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시킨 효과"라고 말한 일화도 그의 철학을 가늠케 한다.
한국고등교육재단 1호 장학생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 선대회장에 대해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해 사회 발전에 헌신했던,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 전체의 큰 지도자로 길이 칭송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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